후방은 안정됐다.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23·셀틱)과 박종우(23·부산)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기성용은 공수 가교 역할을 200% 소화했다. 박종우는 수비에 안정감을 선물했다. 홍정호(23·제주) 장현수(21·FC도쿄)의 낙마로 수비라인이 어수선했다. 걱정이 컸다. 현실은 달랐다. 김영권(22·광저우)과 황석호(23·히로시마)는 중앙을 든든하게 지켰다. 좌우 윙백 윤석영(22·전남)과 김창수(27·부산)는 윤활유였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만점활약을 펼쳤다. 수문장 정성룡(27·수원)도 견고했다.
믿었던 공격라인이 문제였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이 홀로 고군분투했다. 와일드카드 박주영(27·아스널)과 홍명보호의 황태자 김보경(23·카디프시티)가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골 가뭄에 시달렸다. 26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와의 조별리그(B조) 1차전(0대0 무)에서 이어 31일 2차전 스위스전 전반까지 골은 0의 행진을 계속했다.
단비가 내렸다. 결국 그들이 해결했다. 박주영이 147분 만에 한국의 첫 포문을 열었다. 후반 12분 남태희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7분 뒤 김보경이 화답했다. 기가막힌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화룡점정이었다. 홍명보호는 스타들의 '쌍포'를 앞세워 스위스를 2대1로 꺾었다.
승점 4점(1승1무)을 기록한 한국은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각 조 1, 2위가 8강에 오른다. 홍명보호는 가봉을 2대0으로 꺾은 멕시코(승점 4·1승1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골득실차(한국 +1, 멕시코 +2)에서 한 골 뒤졌다.
첫 승에 도취되기는 아직 이르다. 환희는 하루면 충분한다. 갈 길이 남았다. 한국은 8월 2일 오전 1시 가봉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여전히 운명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한국은 가봉전에서 비기기만해도 8강에 오른다. 하지만 패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같은 시각에 벌어지는 멕시코-스위스전을 지켜봐야 한다. 멕시코가 스위스를 꺾을 경우 한국은 가봉과 골득실차를 따져야 한다. 가봉의 골득실차가 -2인만큼 1골차 이내로 패하면 8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그러나 두 골차 이상이면 탈락이다. 멕시코가 패하면 4팀이 모두 1승1무1패가 된다. 골득실차와 다득점에이어 승자승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보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가봉을 격파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홍 감독도 "비기면 올라간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 하지 않는다.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중요한 경기가 있다.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오늘 승리는 오늘까지만 즐기겠다. 가봉을 분석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가봉은 기복이 심한 것이 흠이지만 분위기를 타면 무섭다. 특유의 유연한 신체 조건을 앞세워 개인기가 뛰어나다. 탄력도 좋다. 공간만 있으면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반면 근성은 부족하다.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가봉을 물리치면 8강전이 기다리고 있다. B조 1위는 A조 2위, B조 2위는 A조 1위를 상대한다. 현재 A조 1위는 개최국 영국(승점 4점·골득실차 +2·4득점)이다. 세네갈(3득점)이 다득점에 밀려 2위에 포진해 있다. 한국은 본선 직전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영국은 우루과이(1승1패·승점 3점), 세네갈은 아랍에미리트(2패)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세네갈의 대진이 수월하다. 그러나 영국도 조별리그의 화려한 피날레를 노리고 있다. 안갯속이다.
한국은 8강 상대를 떠나 조 1위를 노려야 한다. 현재의 그림상 영국을 피할 수 있다. '웸블리 로드'도 열린다. 조별리그 최종전부터 결승전까지 영국의 '축구성지' 런던 웸블리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 이동이 없어 체력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이점이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메달을 꿈꾸고 있다. 넘어야 할 고개는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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