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처럼 훌륭한 선수가 나를 롤모델 삼았다니 복 받은 거죠."
박태환(23·SK텔레콤)은 30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자유형 200m 준결선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을 롤모델이라 칭하는 쑨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날 자유형 400m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긴 금메달리스트 쑨양을 추켜세웠다. 박태환은 영리하다. 상대를 올려줄수록 자신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예전에 동영상을 보며 이언 소프나 그랜트 해켓을 롤모델 삼은 것처럼 쑨양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영광"이라고 했다. 이번 올림픽의 '대세'라고까지 칭했다. 거침없는 기세가 4년 전 베이징 때의 박태환과 꼭 닮았다. 쑨양은 박태환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중국 남자수영 첫 금메달,
쑨양은 박태환을 '롤모델'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해왔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박태환의 동영상을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박태환이 즐겨쓰는 헤드셋과 수건 패션까지 따라할 만큼 '팬'을 자처했다. 31일 새벽 4번 레인에 나선 쑨양은 여전히 박태환과 똑같은 닥터드레 헤드폰 패션을 선보였다. 쑨양이 가는 길은 박태환이 거쳐온 길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박태환의 수많은 레이스 중 많은 이들이 최고로 꼽는 경기는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다. 자신의 우상이자 '레전드' 그랜트 해켓을 마지막 50m에서 폭풍 스퍼트로 따라잡았다. 세계 수영계에 새 강자의 탄생을 알렸다. 쑨양 역시 런던올림픽에서 '롤모델' 박태환을 넘어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상하이세계선수권 등 지난 2차례의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꿈의 벽을 넘었다.
2012년 스물한살의 쑨양은 자유형 400m에서 중국 남자수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08년 열아홉의 나이에 겁없는 레이스로 올림픽 챔피언에 오른 박태환 역시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올림픽 챔피언이다. 스포츠 강국인 중국은 그동안 남자수영에서만큼은 금메달이 없었다. 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에서 장린이 따낸 은메달이 유일했다. 쑨양의 금메달로 중국은 일본, 한국에 이어 3번째로 남자수영 금메달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금-은메달리스트가 모두 아시아에서 나온 것은 1956년 마사루 후루카와-마사히로 요시무라, 2008년 박태환-장린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쑨양의 몸, 박태환처럼 달라졌다
올림픽 개막 직전 런던 아쿠아틱센터 메인풀 훈련에서 쑨양의 달라진 몸을 본 한국 수영 관계자들은 속으로 '헉'하고 놀랐다. 탄탄한 식스팩에서 허벅지 말근육으로 이어지는 소위 '파워존'의 향상이 눈에 띄었다. 어깨 근육도 상당히 발달해 있는 모습이었다. 1500m 장거리 선수인 쑨양은 원래 근육이 부각되지 않은 미끈한 체형이었다. 장거리 선수답게 스피드와 파워에 필요한 속근보다는 지구력에 필요한 지근이 발달했었다. 박태환은 상하이세계선수권 당시 혹독한 코어 트레이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완전히 달라진 몸을 선보였었다. '인간병기'라 불릴 만큼 단단한 몸으로 또 한번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었다. 지난 1년간 쑨양은 와신상담했다. 방법론은 '롤모델' 박태환의 길을 따랐다. '400m의 레전드' 박태환을 따라잡기 위해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했다. 1m98의 우월한 신체조건에 잔근육이 붙으며 스피드, 파워에 날개를 달았다. 이번 대회 박태환과 나란히 200-400-1500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 가운데 단거리부터 장거리 자유형 전종목을 모두 소화하는 몇 안되는 선수였다. 쑨양 역시 박태환과 똑같이 전종목을 택했다. 박태환은 자신에게 '레전드' 해켓, 소프가 그러했듯, 쑨양을 향해 통큰 축하를 건넸다. 은메달 직후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자유형에서 아시아 수영선수가 우승을 이어가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31일 새벽 자유형 200m에서도 박태환과 쑨양은 3-4번 레인에서 한치 양보없는 경쟁을 펼쳤다. 1분44초93, 거짓말처럼 똑같이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자존심을 건 한-중 수영영웅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아닉 야넬(1분43초14)의 금메달에 이어 거짓말처럼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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