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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엔 '죽기살기', 이번엔 '죽기로' 덤빈 김재범

by 정안지 기자
남자 유도 81kg이하급에 금메달을 딴 김재범이 31일 오후(현지시각) 런던 엑셀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손을들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20120731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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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베이징 올림픽 남자유도 81kg급 결승전에 오른 대한민국의 김재범은 독일의 올레 비쇼프를 맞아 상당히 힘에 겨워하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쏟아지는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었으며,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승에 오르기 직전 계속되는 연장 접전으로 인해 체력이 소진되었으며, 원래 73kg 급으로 뛰었던 김재범이 체중을 올리고 출전한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재범의 몸이 바뀐 체중에 적응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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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힘겨워하던 김재범은 결국 비쇼프에게 통한의 안다리 걸기를 내줬고, 유효 1개를 끝까지 만화하지 못하고 은메달에 획득하게 된다. 4년 전 온몸이 비 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범벅되었던 김재범의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4년 후 런던, 김재범은 81kg급 결승에 다시 올랐고, 상대는 4년 전 자신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독일의 비쇼프였다. 두 사람이 바뀐 거라면 서로 입고 있는 도복의 색깔이 달라졌다는 것 (4년 전에 하얀색 도복을 입었던 김재범은 이번에는 푸른색 도복을 입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4년 전 급작스런 체중 변화로 인해 힘겨워하던 김재범의 몸이 바뀐 체중에 완벽하게 적응해서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해지고, 4년 전보다 더 절실하게 결승전에 임했다는 것이다.

김재범은 시종 일관 경쾌한 몸놀림으로 비쇼프를 압도했고, 결국 4년전 자신에게 뼈아픈 좌절을 안겨줬던 안다리 걸기 기술로 2차례나 유효를 따내면서 통쾌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단 한 차례도 상대에게 공격할 틈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승리였다.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는 순간 김재범은 바닥에 엎드렸고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하였다. 비쇼프와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김재범은 비쇼프를 꼭 껴안고 좀처럼 놓지를 못하였다. 자신과 늘 라이벌로 마주하고 자신을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상대방에 대한 최선의 배려였던 것이다. 비쇼프도 그런 김재범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미소로 승자를 축하해 주었다. 시상식에서도 비쇼프는 시종 일관 밝은 웃음을 유지하고, 또한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에 대한 배려도 놓치지 않는 모습으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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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에서 유독 대한민국 선수단에 기존의 올림픽 정신과는 한창 거리가 먼 지저분한 악재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피해를 입은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새벽잠을 설쳐가며 직접 어처구니없는 현장을 봐야만 했던 국민들은 본의 아니게 많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선수들은 승부의 현장에선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최선을 다하고, 승부의 현장을 벗어나면 상대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서로를 감싸주고 격려해준다. 부디 경기를 운영하는 스태프들이 선수들의 올림픽 정신에 반의반만이라도 따라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범의 경쾌한 몸놀림을 보면서 모든 종목이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하루에 4~5경기를 모두 치러야 하는 유도에서 결승전에서 베스트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서는 예선에서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전날 펼쳐진 남자유도 73kg급 예선에서 계속된 연장접전을 치르고 또한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던 왕기춘은 세계 최고의 기량에도 불구하고 준결승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당일 컨디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다. 역대 대한민국의 남자유도 금메달리스트들 (안병근, 하형주, 김재엽, 이경근, 김병주, 전기영, 이원희, 최민호 등)의 경기 장면들을 복기해 봐도 공통점은 결승전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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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은 예선에서 최상의 대진운의 행운도 어느 정도 따라줬고, 비쇼프에 비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던 덕분에 한층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승리의 비결은 경기가 끝난 직후 김재범이 믹스트존에서 가졌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4년 전에는 죽기 살기로 덤볐지만, 이번에는 죽기로 덤볐습니다." 패배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김재범은 매트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늘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왼쪽 어깨를 사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김재범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4년 전의 한을 풀 수 있었다.

사람의 능력은 무한하고 위대하다는 것을 그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던 김재범의 투혼이었다. 아름다운 그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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