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은 일본 축구의 현주소를 짚어준 대회다.
짧은 패스는 더욱 정교해졌고, 압박에는 힘이 붙었다.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체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자국 팬의 웃음거리였던 '세키즈카 재팬'은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면서 일약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질주는 멕시코전에서 끝났지만, 호기롭게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비난 환호로 바꾼 '세키즈카 재팬', 뭐가 달라졌나?
본선 개막 전 일본 내 분위기는 비관적이었다. 8강 통과 정도를 한계점으로 내다봤다. 이마저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짧은 훈련 시간에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적었고,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스페인을 만나는 대진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비난은 환호로 바뀌었다. 스페인전 승리 때만 해도 이변 정도로 치부됐지만, 모로코와 이집트를 연파하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자국 팬들조차 "본선 전까지만 해도 '저 정도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키즈카 다카시 감독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은 본선에서 짧은 패스와 전방 압박, 쉼 없이 공격을 전개하는 체력 등 본선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J-리그와 올림픽팀에서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것이 주효했다. 6명의 해외파 중 와일드카드인 요시다 마야(24·VVV펜로)와 우사미 다카시(20·바이에른 뮌헨)를 제외하면 올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올림픽팀 소집 뒤 이질감 없이 빠르게 섞일 수 있었던 이유다. 세키즈카 감독은 요시다 마야와 도쿠나가 유헤이(29·FC도쿄) 등 수비수 두 명을 와일드카드로 기용했는데, 이것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수비라인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올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행이 확정된 오쓰 유키(22·묀헨글라드바흐)와 일본 J-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나가이 겐스케(23·나고야 그램퍼스)의 투톱 조합도 성공적이었다. 풀백 사카이 히로키(22·하노버)의 오버래핑은 공격진에 부족한 파워를 충분히 보충해 줬다.
강하지만 틈은 있다
공격과 압박은 홍명보호와 얼핏 비슷한 형태를 보여줬다.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했다. 초반에는 4-4-2 포메이션을 내세웠지만, 8강전과 4강전에서는 4-2-3-1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가이와 오쓰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기요타케나 히가시 게이고(22·오미야) 같은 2선 자원들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공격에 가담한다. 측면에서는 풀백 도쿠나가와 사카이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힘을 보탠다. 정교한 침투와 마무리는 주의가 필요하다. 제공권이 좋은 요시다가 가담하는 세트플레이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멕시코전에서 상승세가 확 꺾인 모습이다. 오쓰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내리 세 골을 내주면서 패퇴했다.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체력 저하 속에 집중력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완패를 당했다. 고비 때마다 한 방을 터뜨렸던 나가이가 이집트와의 8강전에서 부상한 뒤 멕시코전 출전을 강행했으나, 컨디션은 확연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양쪽 풀백의 오버래핑 뒤 수비전환도 조별리그에 비해서는 느려진 편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생기면서 정교함을 유지하는데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극일 못지 않은 분위기
특이한 점은 한-일전이 확정된 후의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전 앞에 일제히 '숙명의 대결'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무게감이 다르다. '탈아시아'를 외치면서 한국을 애써 외면하던 예전과는 달라졌다. 일본은 일찍이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아시아에서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국가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면서 이런 경향도 서서히 바뀌어 가는 추세다. 정치권에서 맴돌던 극우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점점 뚜렷해 지고 있다. 최근 한-일전이 벌어지면 한국보다 일본 쪽에서 더욱 뜨거운 반응이 일어난다. 한국과의 동메달결정전이 확정된 이후 반응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확연하다. '최악이다' '가장 귀찮은 일이 일어났다' '일본은 한국만 만나면 능력이 30%까지 줄어든다' 등 들끓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일본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옮겨간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마다하지 않는 팀으로 바뀌어 있었다. 10년 전 한국의 힘에 눌려 그라운드에 나뒹굴던 얌전한 팀이 아니었다. 기요타케 히로시(23·뉘른베르크)는 멕시코전에서 패한 뒤 "히노마루(일장기)를 짊어지고 있는 만큼 메달을 따지 못한 채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전 울려 퍼지는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왜 부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울하기 때문에 축구를 하기 전 부르기에 좋지 않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일본의 축구영웅 나카타 히데토시(은퇴)와는 정반대다. 반세기동안 이어진 '극일(克日·일본을 이긴다는 뜻)'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듯이, 일본도 한국전을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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