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은 공을 뺏어서 우리 공격수들에게 연결해주는 거에요."
기성용은 본인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4-2-3-1을 기본 시스템으로 하는 최강희호에서 2에 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공격적으로도, 수비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우려도 있기에 그동안 시험했던 조합들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은 최강희호에 늘 고민거리였다. 최전방의 공격도, 최후방의 수비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얼마나 잘 이어주느냐는 것이 곧 최강희호가 직면한 이란전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황상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기용하는 것은 변함이 없으리라 예상되고, 큰 변수만 없다면 그 중 한 자리는 기성용이 차지할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명단 중 기성용의 짝이 될 만한 대상을 살펴보면 김정우, 하대성, 박종우, 이 세 명 정도가 유력하다. 이들이 갖는 장, 단점은 각각 무엇인지 파헤쳐보자.
김정우,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함께 일궈낸 짝.
기성용의 원조 짝이다. 2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냈던 당시의 호흡은 상당히 괜찮았던 편이다. 적잖은 활동량으로 기성용을 보좌했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기존의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날려버렸다. 최근 소속팀 전북의 부진과 함께 수비수들의 줄부상을 메우느라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감이 얼마나 살아있을지 정확히 예상하긴 힘들지만, 그동안 영리하고도 준수한 플레이를 펼쳐왔음은 분명하다.
이 선수가 갖는 최대 강점은 '경험'. 2004 아테네 올림픽, 2007 아시안컵,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 뛰면서 쌓은 경력은 나머지 후보군을 압도한다. 더욱이 2009년 2월 11일, 해발 1,200m 고지대-10만 관중의 아다지 스타디움에서 치른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B조 4차전 1-1 무승부의 현장에서 허정무호의 일원으로 직접 뛰었다는 사실은 엄청난 경쟁력으로 통한다. 이번 이란전이 단순 평가전이 아닌, 브라질행 최종 예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포인트라는 점 또한 출전에 무게를 실어준다.
하대성, 우즈벡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짝.
아군의 박스와 적군의 박스를 수시로 오가는 부지런함. 이 선수가 활동량을 바탕으로 주위에서 싸워준다면 기성용은 후방 플레이메이커 본연의 임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곧 상대를 뒤흔들 양질의 공격 전개로 이어지리라 내다봤다. 여기에 하대성이 제공하는 패스 줄기도 괜찮은 편이며, 기성용의 수비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으니, 이 둘의 공존은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우즈벡전은 확실히 기대치에 미치질 못했다. 특정 선수가 못했다기보다는 '호흡'이 문제였다. 공간을 분담하는 작업이 원활치 않았고, 동선이 겹치는 장면도 빈번해지자, 해당 진영은 늘어난 고무줄처럼 헐거운 모습이었다. '스완지의 기성용'과 '서울의 하대성' 포스가 안 나오는 게 문제, 1+1?2가 아닌 1+1<2의 조합을 이란 원정에서 꺼내들기란 꽤 부담스럽다. 승점 획득의 핵심 키워드는 '수비'이고, 상대 공격진이 경계망을 뚫고 우리 골문에 노크하는 사태는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기대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 달 전 우즈벡전에서의 부진이 마음에 걸리는 게 사실이다.
박종우, 런던 올림픽 동메달 역사를 함께 쓴 짝.
지난여름 런던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기성용-김정우 궁합에 버금가는 임펙트를 남겼다. 불과 두세 달 전, 홍명보호 소집 후 짧지 않은 훈련을 거쳤고, 올림픽이라는 하나의 대회를 통째로 모두 소화하면서 기성용과 한 달 이상 발을 맞춰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메리트다. '호흡'면에서는 기성용과 가장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경험, 그것도 '대표팀에서의 경험'이라면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확연히 줄어든다. 올림픽에서 남긴 강렬한 인상으로 우즈벡전을 앞둔 대표팀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해 대표 통산 A매치 기록에서 그의 이름은 검색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림픽 차출 직전 K리그에서 보여줬던 폼이 최근 들어 쉽사리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다소 아쉽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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