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부터 보자. 제주 유나이티드의 순위표는 6위(승점 51·13승12무12패)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3위 수원(승점 66·19승9무9패)과의 승점차는 15점이다. 7경기 동안 제주가 전승을 하고 수원이 5번 이상을 져야지 순위를 바꿀 수 있다. 물론 축구에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지만, 현재 양팀의 흐름을 감안하다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박경훈 감독은 여전히 3위 목표를 노래한다. 제주의 올시즌 목표는 3위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제주식 공격축구가 맞아떨어지며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1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부상자가 속출하고, 원정 무승 행진이 이어지며 순위가 떨어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하고 싶다는 목표에서 점차 멀어졌다. 그러나 박 감독은 희망에서 멀어질수록 3위 목표를 고 더 강조하는 느낌이다. 박 감독은 "올시즌에 아쉬웠던 경기가 참 많았다. 아예 내용이 좋지 않았으면 포기를 했을수도 있다. 비길 경기 지고, 이길 경기 비겨서 순위가 여기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포기를 할수는 없다. 목표를 갖는다면 선수단 뿐만 아니라 나도 끌어올려준다. 3위가 쉽지 않다는 것 알고 있다. 사실 올시즌보다 내년시즌을 목표로 만든 팀이다. 마지막까지 승리를 통해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려야지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3위 목표를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팬이다. 올시즌 제주는 새로운 축구도시로 탈바꿈했다. 매경기 음산했던 분위기 대신 팬들의 함성소리로 넘치고 있다. 고무된 박 감독은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오면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에 오렌지색 염색을 하겠다는 공약을 하기도 했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박 감독은 "이제 제주에 온지 3년이 됐다. 팬들의 응원이 점차 정착되는 느낌이다. 매경기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다. 사실 제주도가 전국체전, 소년체전 등 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 유일한 프로팀은 우리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지난 부산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팀 분위기 더 올라갔다. 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박 감독도 자신감이 넘쳤다. '에이스' 산토스도 점차 제컨디션을 찾아가고 있고, 수비진은 계속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제주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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