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투수진에 투구수 제한이 호재로 작용할까.
한국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마운드다. 국제대회에서 항상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던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등 왼손 트리오가 빠진 것은 팬들은 물론 야구인들도 한국팀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을 대신해 장원준과 차우찬이 보강됐지만 아무래도 왼손에서는 힘이 달리는 게 사실이다.
한국야구위원회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류현진과 김광현 등이 빠진 자리에 다른 선수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들이 더 뛰어나지는 않으니까 아무래도 마운드가 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WBC에서는 투구수 제한이 있어 투구수 조절이 가장 큰 관건이 된다"고 했다. WBC에서는 3월에 열리다보니 라운드별로 투구수를 정해놓고 있다. 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4강-결승은 95개까지 던질 수 있게 했다. 또, 50개 이상 던진 투수는 반드시 나흘을 쉬어야 하고, 30~50개 사이의 공을 던지면 하루를 쉬어야 한다.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그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3월말부터 메이저리그 등 각국의 프로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취한 조치이다. 따라서 다른 대회처럼 한 투수가 100개 이상을 던지면서 완투를 하는 경우는 볼 수가 없다.
윤석민을 제외하고는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에이스가 없는 한국에겐 투구수 제한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짧게 끊어서 던질 경우 투수들이 전력 피칭을 할 수 있다. 선발은 길게 던지기 위해 힘조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벌떼 불펜으로 상대 타선을 잘 요리할 수 있다. 약한 마운드로 운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상대팀도 역시 투구수 제한을 받는다. 상대 에이스가 좋은 투구를 해도 투구수 제한에 걸리면 무조건 내려와야 한다. 좋은 피칭을 하는 투수에겐 최대한 투구수를 늘리면서 빨리 내려가도록 하는 전략을 쓸 수가 있다.
이러한 투구수 제한의 제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출전하는 모든 투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2월12일부터 열리는 대만 전지훈련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1,2회 대회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4강과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 위원장은 "1,2회 대회때도 투구수 제한 때문에 투수코치와 함께 머리가 아팠다"면서 "전지훈련에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찾아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준비해야한다"고 했다. 지난 2009년 2회 대회때 김 위원장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정현욱을 중간계투로 활용해 좋은 결과를 얻은 바있다.
그래도 김 위원장은 "주요 선수들이 빠졌는데도 이렇게 메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 야구가 발전한 것 아니겠냐"면서 "우리는 각종 대회에서 늘 실력 이상을 발휘했다. 팀워크와 끈기로 가져가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겠냐"며 긍정적으로 한국의 선전을 바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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