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92학번은 한국 야구에서 '황금세대'로 불렸다. 한국 야구사에 획을 그을만한 인물들이 너무나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이자 124승으로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얼마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조성민은 일본 요미우리에 입단해 올스타전까지 출전하며 한시대를 풍미했고, 임선동은 2000년 현대에서 다승왕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염종석은 92년 롯데에 입단하자마자 17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고, 그해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박종호는 스위치 히터로 타격왕에 올랐고 타격 실력 못지않은 최고의 2루 수비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홍원기 김종국 등도 팀내 주전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었다. 최기문은 스위치 히터 포수로 타율 3할을 기록하는 깜짝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중에서 박재홍은 73년생 중 타자로서는 가장 큰 커리어를 가졌다. 96년 현대에 입단하자마자 '리틀 쿠바'로 불리며 명성을 쌓았다. 모든 선수들이 타석의 맨 뒤에 설 때 혼자 타석 앞쪽에 서서 타격을 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새롭게 다가왔고, 힘있는 타격으로 장타를 터뜨리면서도 빠른발로 도루도 마구 하는 '호타준족'으로 상대 투수들의 경계대상 1호가 됐다.
데뷔 첫해에 30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박재홍은 도루도 36개나 기록하면서 한국프로야구사상 첫 30-30클럽에 가입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박재홍은 이후 98년과 2000년에도 30-30클럽에 가입해 유일하게 30-30클럽을 세차례 기록한 선수가 됐다. 김성근 감독이 "타격할 때 왼발이 타석을 벗어난다"며 부정 타격 시비를 할 정도로 박재홍은 무서운 존재였다. 2003년 트레이드로 고향팀 KIA에서 뛴 박재홍은 2005년 SK에 둥지를 틀어 지난해까지 17년간 프로에서 뛰면서 통산 타율 2할8푼4리, 300홈런, 1081타점, 267도루를 기록했다. 300홈런은 역대 7번째로 달성했다.
새롭게 선수협 회장을 맡으면서 선수협의 위상을 새롭게 올린 것도 박재홍이었다. 전임 사무총장의 비리로 얼룩졌던 선수협을 강한 카리스마로 다시 일으켰고, 올스타즌 보이콧,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등 강력한 압박으로 지지부진하던 10구단 창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세번을 한 30-30클럽이 나의 프라이드"라던 박재홍은 300도루에 남은 33개의 도루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었다. 그러나 지난시즌을 끝난 뒤 SK는 은퇴와 함께 지도자 변신을 제의했고, 아직도 힘이 남았다고 생각한 박재홍은 새로운 팀을 알아보기 위해 둥지를 떠났다. 선수협 회장으로서의 강한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을까. 그에게 손을 내민 팀은 결국 없었고, 박재홍은 은퇴를 결심했다.
이제 73년생 중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는 넥센의 송지만뿐이다. 연봉도 2억5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나 깎인 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이제 한국 야구역사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황금세대'가 저물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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