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 감독은 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지."
WBC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쿠바 대표팀 감독의 이름을 들은 뒤 반색을 했다. 쿠바 대표팀 감독은 빅터 메사(53)다. 60년생으로 류 감독보다 3살이 많은 동시대에 국제대회에서 만났던 사이다.
류 감독이 메사 감독을 잘 기억하는 것은 야구를 하면서 볼 수 없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83년 벨기에에서 열린 대륙간컵 때 대표팀에 뽑힌 류 감독은 쿠바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당시 메사 감독이 1번 타자였는데 1회에 타석에 서기전에 주심과 말다툼을 했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퇴장을 하려면 투수가 공을 1개라도 던져야하는 규정이 있어 메사는 공 1개만 보고 경기장을 나가야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메사는 자신에게 온 유일한 공을 쳐서 홈런으로 만들어버렸다.
메사는 류 감독에게만 기억에 남은 선수가 아니었다. 김동수 코치도 그를 기억했다. 김 코치는 그가 28세이던 88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야구월드컵 때 봤는데 대회에 가기전에 그의 명성을 들었다. 선배인 백인호 코치가 자신이 겪은 야기를 직접 들려줬다. 백 코치가 3루수일 때 메사가 타석에서 백 코치를 보고 번트 모션을 취했다. 번트를 대겠다는 '예고 번트'인 셈. 백 코치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수비위치를 앞으로 당겨 번트에 대비를 했다. 메사는 그럼에도 진짜 번트를 댔고 1루까지 빠르게 뛰어 세이프됐다고. 김 코치도 메사 감독을 "아주 강단있고 빠른 선수였다"고 기억했다.
호쾌한 타격과 빠른 발까지 자랑했던 메사는 국제대회 경력도 화려하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야구월드컵 5회, 대륙간컵 5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쿠바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줄줄이 금메달을 땄다.
류 감독은 메사 감독이 이끄는 쿠바와 2라운드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메사 감독은 류 감독을 기억할까. 류 감독은 "그때 나는 8번, 9번을 쳤기 때문에 아마 나를 기억 못할 것"이라고 했다.
도류(대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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