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스타 알버트 푸홀스. 하지만 류현진은 천연덕스러웠다. 둘의 맞대결은 '한국산 괴물'의 모든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인절스타디움. 한 동양인투수가 현장을 가득 메운 LA에인절스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한국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류현진(27·LA다저스)이었다.
이날은 에인절스가 전지훈련지였던 애리조나를 떠나 처음으로 홈구장에서 치른 경기였다. 에인절스는 주전 라인업을 대거 내세웠다. 사실상 첫 홈경기였기에 최고 전력을 내세우는 건 당연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일 에인절스를 상대로 시범경기 첫 선발등판을 가졌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이닝 동안 투구수는 무려 47개. 조시 해밀턴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며 2이닝 2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에인절스 강타선에게 4안타 1홈런 1볼넷 3삼진을 기록하며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하지만 류현진은 진화했다. 캠프 내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의 시선을 떨쳐내며 메이저리그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잭 그레인키와 채드 빌링슬리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개막 2선발이라는 중책을 따냈다.
이날 류현진은 다음달 3일 샌프란시스코전 데뷔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지난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투구수를 98개까지 끌어올리며 준비를 마쳤기에 이날은 가볍게 예열하는 차원이었다. 애초부터 많은 투구수를 가져갈 계획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완벽했다. 47개의 공으로 4이닝 퍼펙트를 이뤄냈다. 안타는 물론 볼넷도 없었다. 마운드에 있는 4회 내내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퍼펙트'였다. 삼진은 총 4개. 12타자 중 정확히 ⅓이 해당하는 수치였다.
류현진은 이날 직구 28개, 커브 9개, 체인지업 8개, 슬라이더 2개를 구사했다. 눈에 띄는 건 직구와 커브 수치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빠르지 않은 직구 구속으로 우려를 샀지만, 이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우타자 일색이었던 에인절스 타선을 철저하게 바깥쪽 직구로 유린했다. 꽉 찬 바깥쪽 직구에 방망이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에서 '패스트볼 커맨드'라 불리는 그것이었다. 직구 구위도 충분히 올라왔다. 92마일, 즉 147㎞가 최고 구속이었다. 직구 구속은 89~92마일(142~147㎞)을 유지했다.
또한 마지막 상대, 알버트 푸홀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류현진이 얼마나 빅리그에 적응했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초구에 갑작스레 커브를 던졌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간간히 커브를 섞긴 했지만, 푸홀스의 타이밍을 제대로 뺏었다. 예상치도 못한 공에 푸홀스는 허무하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내줬다.
다음 공도 커브였다. 이번에도 당황한 푸홀스는 어정쩡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뚝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 분명 다른 공에 타이밍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유인구를 던진 류현진은 볼카운트 1B2S에서 스트라이크존 아래쪽으로 날카로운 직구를 던졌다. 92마일짜리 직구는 포수 A.J.엘리스가 요구한 위치로 정확히 들어갔다. 푸홀스는 이번에도 헛방망이를 돌렸다. 푸홀스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류현진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타자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가는 영리한 승부였다. '서드 피치(third pitch)' 커브가 예상외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캠프 초반만 해도 국내와 다른 공인구 탓에 커브 구사가 힘들었지만, 이젠 능수능란해졌다. 또한 전매특허인 서클체인지업은 여전하고, 직구 구위마저 올라와 완벽하게 구색을 갖췄다.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차 오른 마운드. 류현진은 4이닝 퍼펙트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LA몬스터' 류현진의 준비는 끝났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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