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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바로 세우기= 메리트부터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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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관중 7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렸지만, 메리트 시스템 금지 등 구단들의 투명한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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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월 17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는 단장회의(현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 사태로 촉발된 프로야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단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였다. '중계권료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독점하지 말고 각 구단에 배분하자',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을 없애든지 1명으로 줄이자', 'FA 제도를 현실화해 몸값을 줄이자', '승리수당과 같은 메리트 시스템을 없애자' 등 구단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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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트 시스템의 경우 단장들이 한 목소리로 "자제하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그해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8월 모구단이 승리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해당 구단 선수들에게 확인해 보니 3연승부터 선수단에 수당이 지급된다는 것이었다. 불과 몇 개월전 단장들이 합의를 한 사항이 휴지 조각이 돼버린 웃지 못할 사례였다.

하지만 메리트 시스템은 당시 단장들이 모여서 굳이 '합의를 하니 마니' 할 사항이 아니었다. 야구규약에 명시된 금지조항이다. 야구규약 제9장 '참가활동보수의 한계' 가운데 68조는 '구단은 선수에 대하여 참가활동보수에 대신해서 경기수입금의 일정률불, 청부제불 혹은 이와 유사한 지불을 약정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장 입장수입이 목표를 넘어섰다고 해서 선수에게 돈을 더 주거나, 승리수당과 같이 구단이 지시한 승리를 거뒀을 경우 추가적으로 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KBO는 '메리트 시스템'을 규약 위반으로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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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 역시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제'와 마찬가지로 사문화된 규정이다. 규약에 명시가 돼 있는데도 당시 단장들은 구단들이 메리트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적용하자 "자제하자"며 협정을 맺은 것이었다.

메리트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과 규모는 구단간에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연승 메리트의 경우 3연승부터 1승당 1000만원씩 추가하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3연승 1000만원, 4연승 2000만원, 5연승 3000만원 등 누적 금액으로 지급하는 팀도 있다. 어떤 구단은 특정팀, 즉 라이벌 관계에 있는 팀을 상대로 연승이나 위닝시리즈를 펼쳤을 경우 메리트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어쨌든 선수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이외의 보너스를 주는 것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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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메리트 시스템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까. 각 구단에 문의를 하면 하나같이 "우리는 메리트 시스템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지난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식적으로 메리트 시스템을 도입한 구단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하다. "그러지 말자"고 했고 규약에도 명시돼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모구단은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8월에 연승을 놓고 승리수당을 걸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극비사항이었다. 하지만 해당팀은 연승에 실패해 수당을 챙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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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지방의 한 구단은 한창 상승세를 타던 7월에 모기업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았다. 당시 해당구단의 단장은 나머지 7개팀 단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룹에서 격려금이 나왔는데 일시불로 지급하게 됐다.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불가피하게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에 다른 구단들에게 사실을 알린 것이었다.

'돈 벌어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순위싸움이 치열해질수록 메리트 시스템도 경쟁 양상으로 번진다. 그럴 바에야 아예 규약에서 빼버리고 양성화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암암리에 가욋돈을 주기보다는 보너스의 형태로 당당히 공개해 지급해주는 것이다.

프로야구에는 메리트 시스템 말고도 여러가지 형태의 '지하경제'가 존재한다. 야구규약이나 선수계약서에 명시된 약속 사항을 위반하는 것들이다.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우승보너스도 이에 속한다. 포스트시즌 수입 배당 규정에 따라 한국시리즈 우승팀에는 20억~30억원대의 보너스가 돌아간다. 이런 규정이 있음에도 해당팀의 모기업에서는 별도로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격려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잘 했다고 주는 돈', 주위에서 상관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적어도 구단들이 서로 정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메리트 시스템과 같은 뒷거래는 구단간, 선수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또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프로야구의 현실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성적을 내게 하고 싶다면, 연봉 계약 때 충분히 동기부여를 해주면 된다. 투명한 구단 경영은 프로야구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위로부터의 개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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