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프로야구 '왕조'를 건설했던 해태 타이거즈. 주역들은 현재 지도자로 맹활약 중이다.
KIA, 한화를 포함, 프로야구 곳곳에 포진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아마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 도드라지는 타이거즈 출신 지도자 둘. 동국대 이건열 감독과 홍익대 장채근 감독이다. '왕조' 건설의 주역이었던 두 지도자. 9일 목동구장에서 딱 마주쳤다. 2013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결승전을 놓고 벌인 양보 없는 한판 승부. 승자는 이 감독이 이끄는 동국대였다. 4대0으로 이기고 헹가레를 받았다. 동국대 김선현은 2-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에이스 고영표 대신 선발로 나선 사이드암 루키 최동현은 8⅓이닝 동안 5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MVP는 0.435의 고타율을 자랑한 동국대 유격수 강민국의 몫.
대학 야구 지도자 데뷔는 장채근 감독이 먼저다. 1년반쯤 됐다. 지도력을 발휘해 바닥권 전력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 이건열 감독의 지도력은 더 놀랍다. 동국대를 올해 초부터 맡았다. 4개월째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힘든 과정을 잘 따라와준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동국대의 대학리그 우승은 1999년 춘계대회 이후 14년 만.
이건열 장채근 감독의 인연은 각별하다. 해태 입단 동기. 둘이 입단한 1986년부터 해태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 시절 이건열 감독은 못하는게 없는 만능선수로 원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꼽힌다. 장채근감독은 영리한 투수 리드와 배팅 파워로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난 1991년 한국시리즈에서 장채근 감독은 15타수7안타 8타점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이건열 감독도 2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KIA에서 코치 생활을 거친 뒤 대학야구로 부임한 궤적도 빼닮은 두 지도자.
이건열 감독과 장채근 감독은 앞으로 신선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대학야구를 이끌어갈 전망. 침체에 빠진 아마야구. 특히 대학야구에서 프로 출신 지도자들의 성공은 중요하다. 단지 성적 뿐 아니다. 패기넘치는 깨끗한 학생야구를 통한 관심 회복이 우선이다. 스포츠로의 대학야구는 존립의 근간을 위협받고 있다. 우수선수들의 프로 직행은 이미 오래 전 일. 떨어진 관심에 설상가상으로 입시 비리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프로 스타 출신 지도자들의 축적된 경험과 지도력, 그리고 헌신적 노력이 대학야구를 살릴 수 있다. 해태 왕조 출신 지도자 이건열-장채근 라이벌 구도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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