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을 기다렸다."
13일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만나는 SK와 모비스는 포스트 시즌 첫 대결이다.
SK가 올시즌 창단(1997년)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한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0시즌 동안 플레이오프(6, 4강)에 진출한 게 1차례(2007∼2008시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모비스는 2006~2007, 2009~2010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하는 등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었다. 모비스의 전신인 기아 시절을 통틀어서도 서로 속한 조가 달라 두 팀은 포스트시즌에서 서로 피해다녔다.
역사가 이렇다보니 최종관문에서 만난 두 팀은 딱히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가며 갚아야 할 '빚'이나 앙갚음할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강팀으로 군림해왔던 모비스가 특히 더 그렇다.
'만수' 유재학 감독(모비스)와 '초보' 문경은 감독(SK)의 신-구 지략대결, 연세대 시절부터 문 감독을 가르쳤던 유 감독과의 사-제대결 정도가 주요 화젯거리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 모비스가 딱히 SK에 대해 감정 품을 일이 없겠지만 SK는 좀 다르다. 그동안 속으로 벼르고 별려 왔던 대상이 모비스다.
SK는 올시즌 정규리그 모비스와의 최종전을 잊지 못한다. 지난 3월7일 울산에서 치러진 모비스와의 6라운드 경기였다.
당시 SK는 모비스전에 승리하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역사적인 순간인데다, 올시즌 맞대결에서 4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니 SK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울산까지 많은 SK 소속 임직원들이 몰려들었고 구단주 등 고위층까지 회사 소유의 특별헬기를 타고 울산을 방문했다. 각종 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는 SK가 정규리그 우승 확정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헬기를 동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SK는 70대77로 패하며 입맛을 다졌고, 이틀 뒤 벌어진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그룹 고위층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었다. SK로서는 모비스의 '고춧가루'때문에 카타르시스가 다소 반감된 우승이었다.
반면 모비스는 SK 승리를 계기로 8연승을 찍은 뒤 정규리그 종료까지 파죽의 13연승을 달렸다. SK가 보유하고 있던 올시즌 최다연승(11연승)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비스는 막판 기살리기와 조직력 재정비에 성공하며 전자랜드와의 4강 PO(3연승)도 손쉽게 통과했다. SK 입장에서는 모비스가 무척 얄미운 상대다. 구단 프런트들이 벼를 수밖에 없다.
SK 문 감독은 은근히 모비스를 별러왔다. 문 감독은 정규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KGC와 모비스의 경기를 녹화한 비디오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KGC는 지난 시즌 챔피언이라 빼놓을 수 없었다지만 모비스에 유독 신경쓴 것은 어찌보면 선견지명이었다. SK와 모비스가 정규리그 1, 2위를 나눠가져 챔프전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문 감독은 정규리그가 한창일 때에도 "내일 당장 모비스와의 경기가 없는 날에도 모비스가 다른 팀과 치렀던 경기를 녹화해뒀다가 모비스 대처법을 연구하는데 몰두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모비스의 베테랑 명장이자 옛 스승인 유 감독을 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평소 준비한 덕분일까.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4승2패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동안 연구해왔던 결과물을 후회없이 쏟아부어야 할 때가 됐다. 단단히 벼르고 나오는 SK가 있기에 이슈가 없을 것 같던 챔프전이 한층 흥미로워지게 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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