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임원들이 연이틀 계열사인 만도 주식을 장내매수하자 소액 투자자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은 16일과 17일에 만도 주식 1300주, 1200주를 각각 취득했다. 이로써 정 회장이 보유한 만도 주식은 17일 기준 137만5019주로 전체 지분의 7.55%가 됐다.
최병수 한라건설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도 만도 주식을 매입하며 '주가 떠받치기'에 나섰다. 이는 만도가 계열사인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그룹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만도가 자회사인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라건설을 지원하겠다고 공시한 뒤 첫 거래일인 지난 15일, 만도는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239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며 위기에 빠졌고, 이번에 우량 회사인 만도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이다.
이에 만도의 소액 투자자들은 "그룹 오너가 우량한 회사를 개인의 사금고처럼 동원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만도 주식을 사들인 것은 주주들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만도 지분 1.77%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 측도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16일 만도의 자회사를 상대로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앞으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배임 혐의 고소, 주주 대표 소송 등 회사와 대주주 측의 책임을 묻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만도의 자금이 투입된 한라건설 유상증자는 지난 16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라그룹이 계열사까지 동원해 한라건설 지원에 나선 데는 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분석. 만도의 최대주주인 한라건설(지분 19.99% 보유)이 흔들리게 되면 리스크가 고스란히 만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셈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만도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건설부문의 대표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지배구조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만도 주가는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6.62% 떨어진 7만9000원에, 17일에는 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라건설은 16일 전 거래일 대비 11.67% 하락한 5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가, 17일에는 유상증자 성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6.04% 상승한 5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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