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좀 더 믿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믿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표정이 썩 밝지는 못했다. 연일 난타당하고 있는 왼손 불펜진에 대해 KIA 선동열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단 현 시점에서는 '두고 본다'라는 방침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
선 감독은 지난 4월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같은 날 2군 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을 언급하며 "일단 (1군에) 불러다가 불펜으로 써볼까"라는 농담을 했다. 어느 정도는 진심도 담긴 얘기다. 그만큼 현재 KIA의 최대 고민거리가 불펜에 있기 때문이다. 선발진의 힘은 강한 편이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불펜으로 인해 KIA는 1위 독주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좌완 불펜진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KIA 1군 불펜에는 진해수(1패 5홀드, 평균자책점 12.27)와 박경태(2패 1홀드, 평균자책점 7.45) 등 두 명의 왼손 투수가 있다. 임준섭은 잠시 불펜을 맡았으나 지난 28일 광주 삼성전부터 다시 선발로 돌아갔다. 당시 경기의 안정적 투구로 인해 임준섭은 계투보다 선발이 적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결국 진해수와 박경태가 불펜을 맡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 두 명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평균자책점만 봐도 이들 두 좌완투수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가 바로 나타난다. 10점이 넘는 평균자책점을 지닌 투수라면 곧바로 2군에 내려보내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선 감독은 한번 더 참았다. 물론 선수 본인을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 잠시 2군에 내려보내 구위와 컨디션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그 방법이 적합치 않다는 생각이다. 또 이들을 2군에 내려보냈을 경우 불펜이 너무 우완 투수 일색으로 치우친다는 함정도 생긴다. 선 감독은 "아무래도 불펜에 좌완투수가 있어야 길게 보고 운용하기 유리한 점이 있다"면서 진해수나 박경태에게 일말의 희망을 거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불펜투수는 어떤 상황에 나서게 될 지 미리 예측키 힘들다. 1군 엔트리에 12~13명의 투수를 두는데, 이중 선발 5명 정도와 마무리 1명을 제외한 6~7명은 불펜투수다. 감독들은 이 불펜진을 다양하게 조직해서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능동적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이 불펜진에 왼손투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진해수와 박경태는 그래서 중요하다.
또한 현재 KIA에는 진해수와 박경태 외에 마땅한 대안도 없다. 2군에도 1군에 불러올릴 만한 왼손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 감독이 진해수와 박경태에게 믿음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선 감독이 언제까지 이들의 활약을 기다려줄 지는 미지수다. 선수에 대한 믿음도 좋지만, 팀이 무너지면 곤란하다. 선 감독도 지금 이런 기로에 서 있는 듯 하다. "여차하면 오른손 투수만으로 불펜을 짤 수도 있다"거나 "윤석민을 불펜에서 써볼까"하는 말에는 이런 선 감독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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