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냐, 제구냐.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는 투수들에게 스피드는 로망이다. 모든 투수들이 빠른공을 던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야구가 스피드 만으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확한 제구, 체력, 상대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지능과 경기운영능력도 필수 요소다. 아니, 오히려 스피드보다 더욱 앞서서 챙겨야할 요소들일 수 있다. LG의 광속구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보면 그 답이 어느정도 나오는 것 같다.
리즈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 시즌 3승 도전에 나섰으나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팀이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강판당해 승리르 챙기지 못했다. 리즈는 이날 총 98개의 공을 던졌는데 4회 160㎞에 이르는 광속구를 던져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전반적인 투구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고질인 경기 초반 제구 불안이 이날도 그대로 재현됐다. 1회에만 볼넷 3개를 내줬고, 2회까지 안타를 5개나 허용하고 말았다. 리즈가 이날 허용한 안타수가 총 6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첫 2이닝에서 3점을 내주는 과정이 너무도 아쉬웠다.
원래 리즈는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라는, 모두가 아는 사실을 넘어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결국 구속에 대한 집착이 독이 되고 말았다. 리즈는 1회와 2회 최구구속 155㎞와 154㎞를 기록했다. 문제는 구속이 150㎞를 넘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제구력 난조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게 눈에 보일 정도. 본연의 폼이 무너지면 당연히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없다. 그렇게 볼넷 개수가 늘어난다. 5개의 볼넷이 나온 이유다.
볼넷 남발 만이 문제가 아니다. 본인이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포기한다. 1회와 2회 직구 최저구속은 각각 147㎞, 148㎞였다. 문제는 상대타자들이 리즈가 카운트를 잡기 위해 힘을 빼고 던지는 직구를 노리고 있다는 것. 어차피 치기 힘든 빠른 공은 볼이 될 거라는 생각에 타자들이 편안히 자신의 타격 포인트를 잡는다. 이날 경기에서 롯데 타자들이 만들어낸 안타는 대부분 리즈가 던진 한가운데로 몰린 직구에서 나왔다. 다른 투수들이 던진 150㎞의 공은 타자들이 치기 어렵다. 하지만 150㎞가 훌쩍 넘는 공을 보다 140㎞ 후반대의 공을 보면 타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훨씬 수월해진다.
리즈의 초반 난조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몸이 풀리면 언터처블이 된다는 사실이다. 리즈는 3회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롯데는 초반 3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쉬운 1점차 패배를 당해야 했다.
리즈는 이날 6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1회 31개, 2회 19개의 공을 던진 영향이 너무 컸다. 선발투수가 점수를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닝을 길게 소화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상대 타선을 압도할 만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는 투수를 투구수 때문에 일찌감치 내려야 하는 감독의 마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리즈가 경기 초반 운영을 조금 더 여유있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타자 입장에서는 160㎞의 공도 무섭지만 150㎞의 공도 제구만 된다면 충분히 두려워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또, 리즈는 롯데전에서1, 2회 직구 구사비율이 74%, 79%로 매우 높았다. 경기 초반에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 비율을 높여가며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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