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이 화제다. 시청률에선 MBC '구가의 서'에 뒤진 동시간대 2위지만, 화제성 면에선 뒤지지 않는다. 방송 다음날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직장의 신'과 관련된 기사가 '폭풍 클릭'을 받는다.
직장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현실성 있는 소재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계약직의 애환과 직장인들의 회사내 고충에 대해 그린 내용이 실제 직장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것.
여기에 한 가지 더. 여주인공 미스김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이라며 직장 상사 앞에서 할 말 다하고, 당당히 회식 참석을 거부하는 미스김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극 중 미스김은 '자발적으로' 정규직이 되는 것을 거부한 인물. 하지만 120개가 넘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자랑한다. 대신 철저히 '미스김 사용설명서'에 따라 행동한다. 이 설명서엔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보장 받으며 근무시간 외에 근무를 할 땐 시간 외 수당을 받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미스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배우 김혜수다. 캐릭터와 배우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혜수가 아니었으면 도대체 누가 미스김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란 얘기도 나온다.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고, 배우도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으니 '윈윈'이다. '직장의 신'이 제대로 된 '김혜수 사용설명서'를 보여준 셈이 됐다.
김혜수는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소화해내는 배우다. 영화 '타짜'의 정 마담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덕분에 영화 개봉 후 약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직장의 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무나 연기하게 할 수 없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걱정 말고 맡겨라." '김혜수 사용설명서'의 첫 번째 항목에 들어갈 내용이다.
연하 남자배우들과의 호흡도 눈여겨 볼 만하다. 김혜수는 올해 43세다. 37세인 오지호보다는 여섯 살이 많고, 34세인 이희준보다는 아홉 살이 많다. 하지만 극 중 세 사람의 러브 라인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오지호나 이희준과 함께 화면에 잡혀도 '누님'이라기 보다는 또래 여성으로 보인다. 열 살 가까이 차이나는 남자배우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이 정도의 느낌을 주는 여배우는 흔치 않다. 김혜수를 캐스팅할 땐 상대 남자배우의 나이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글래머러스한 외모도 강점. 이것을 적절하게 부각시키는 것 또한 '김혜수 사용설명서'에 포함될 만한 내용이다. 김혜수는 각종 시상식에서 과감한 의상을 입고 '명품 몸매'를 드러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직장의 신'에선 빨간 내복을 입고 홈쇼핑에 출연하는 장면이 방송돼 화제를 모았다. 웬만한 여배우는 소화할 수 없는 패션이다. 그러나 김혜수는 달랐다. 퇴근 후 살사 댄스를 즐기는 장면에서도 섹시한 매력을 발산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김혜수는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등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관상'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에선 기생 연홍 캐릭터를 연기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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