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분위기다. 시즌 초반 KIA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이 이제는 오히려 팀의 장점이 되어가고 있다. 다양성과 위력의 두 가지 측면에서 KIA 불펜이 확실히 진보했다.
KIA는 지난 21일 광주 한화전에서 8대2로 크게 이겼다. 상대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화인데다 KIA 선발이 마침 이날 전까지 올 시즌 평균자책점 2위(1.61)를 기록하며 호투를 이어가고 있던 양현종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 KIA의 승리가 유력하게 예상되고 있었다.
예상대로 KIA는 1-1이던 3회에 터진 이범호의 결승 2점홈런을 앞세워 승기를 잡은 끝에 결국 6점차 쾌승을 거뒀다. 양현종은 5⅔이닝 7안타 3볼넷 2실점으로 시즌 5승(1패)째를 달성했다. 로테이션상 양현종은 일요일인 26일 광주 NC전에도 등판해야 하기 때문에 선 감독은 투구수 99개를 기록한 6회 2사 후 양현종을 쉬게 했다.
이 시점에서, KIA 승리를 되돌아보자. 선발의 초반 안정감있는 투구와 중심타자의 결정적인 한방, 그리고 중반 이후 이어진 효과적인 추가득점이 이날 KIA 승리의 핵심 줄거리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중반 이후에 효과적인 추가득점이라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타선이 중요한 점수를 추가한 것 같지만, 이 과정을 만들어낸 진짜 힘은 바로 6회 이후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불펜에 있다. 결국 이날 승리의 숨은 공로자가 바로 불펜이라는 뜻이다.
양현종은 3-2로 앞선 6회초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1사 후 한화 두 번째 타자 조정원이 볼넷을 골라낸 뒤 도루로 2루까지 나갔다. 9번타자 박노민을 삼진으로 잡긴 했지만, 상황은 2사 2루. 게다가 한화는 타순이 다시 1번 이대수부터 이어진다.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위기다.
이때 KIA 선동열 감독이 꺼내든 카드가 팀의 새로운 필승조인 신승현이었다. 결국 신승현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대수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2번 김경언을 1루 땅볼로 돌려세워 위기를 넘겼다. 이후 신승현은 7회도 책임졌고, 이어진 8회와 9회는 각각 유동훈과 박경태가 1이닝씩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러한 불펜의 안정적 계투가 있었기 때문에, 경기 후반 추가점이 효율적으로 생산될 수 있던 것이다. 드디어 KIA 불펜이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시즌 초반 늘 불안하기만 했던 KIA불펜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5월초 S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송은범과 신승현을 영입한 뒤부터다. 두 투수가 모두 필승조 역할을 하게 되면서 KIA불펜은 양과 질에서 크게 향상됐다. 기존의 필승조였던 유동훈-앤서니의 사이에 송은범과 신승현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형태의 필승조 운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투수들의 컨디션이나 상대 타자의 성향에 맞춰 여러 조합을 낼 수 있게 됐다. 마치 두 개 이상의 필승조를 운용하는 효과도 난다.
여기에 임시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임준섭과 부담감을 털어내고 서서히 본연의 위력을 되찾기 시작한 박경태로 인해 KIA 불펜은 한층 더 풍성해졌다. 이제 더 이상 KIA 불펜이 약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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