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은 29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정의윤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정의윤은 하루 전인 2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팀이 3-4로 끌려가던 8회 무사 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나며 찬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왜 김 감독은 이런 정의윤에게 고맙다고 한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LG는 이날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지만 수차례 찬스를 날리며 한화에 끌려갔다. 4회 무사 1, 2루의 찬스를 윤요섭의 번트 실수로 허무하게 날렸고, 7회 무사 3루의 기회도 후속타자들의 부진으로 득점으로 연결하는데 실패했다. 풀릴 듯, 풀릴 듯 하며 꼬여버린 경기. 때문에 8회 찬스가 천금같았다. 마침 선두타자 박용택의 2루타가 터졌고, 한화는 투수를 마무리 송창식으로 교체했다. 송창식이 몸을 푸는 동안 김기태 감독은 정의윤을 불렀다. 김 감독은 "정의윤의 최근 타격감이 매우 좋았기에, 번트보다는 자신있게 치라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정의윤은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26일 SK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는 등 상승세였다.
하지만 결과는 2루수 직선타였다. 제대로 맞은 타구가 2루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간게 아니었다. 정의윤은 의식적으로 타구를 밀었다. 2루에 있는 주자를 3루에 보내겠다는 의지가 역력한 타격. 결국, 제 타이밍에 방망이가 돌아가지 못해 빗맞았고 타구는 힘없이 2루수 방면으로 뜨고 말았다. 김 감독은 당시를 돌이키며 "자신있게 때려줬으면 했는데"라고 말하면서도 "팀배팅을 하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에는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 대한 믿음을 더욱 확고히 드러냈다. 29일 경기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4번 타순에 기용했다. 주로 4번을 치던 정성훈이 컨디션 저하로 선발출전하기 못했고, 상대 선발이 좌완 김경태였다는 점도 있었지만, 정의윤의 타격 페이스와 팀에 대한 희생정신을 충분히 반영한 결정이기도 했다.
그런 감독의 믿음에 정의윤은 확실하게 보답했다. 4번타자 다웠다. 1회말 2사 3루 찬스에서 3루주자를 불러들이는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 이병규의 3루타 때 홈을 밟으며 득점을 추가해 초반 기선제압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3회 터진 적시타는 경기 초반 승기를 확실히 LG쪽으로 넘어오게 했다. 1사 1루 찬스에서 상대투수 이태양의 공을 통타, 우중간 담장을 직접 맞히는 대형 3루타를 때려낸 후 환호했다.
재밌는건, 이날 경기 7회에 또다시 정의윤 타석에 무사 1, 2루 찬스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4-1, 3점차 리드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김 감독은 정의윤이 한 번 더 팀배팅을 할까 걱정을 했는지 몰라도 이대형을 대타로 내 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이대형은 페이트 번트 앤 슬러시로 주자를 2, 3루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등장한 이병규(9번)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LG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상황이 어찌됐든 정의윤의 활약 속에 LG는 7대1로 승리, 전날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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