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렸던 레슬링이 기사회생했다. 올림픽 퇴출 결정의 아픔을 딪고 정식 종목 재진입 가능성을 열게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30일(한국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끝난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될 후보 종목으로 레슬링과 야구·소프트볼, 스쿼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레슬링을 비롯해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스포츠,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8개 종목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레슬링이 IOC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얻어 최종 후보(3개 종목)에 선정됐다. 지난 2월 열린 IOC 집행위원회 25개 핵심종목 선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레슬링은 9월에 열릴 IOC 총회에서 정식 종목 채택을 향한 마지막 도전에 나서게 된다.
레슬링이 최종후보에 포함된 것은 3개월간 이어진 자정 노력 덕분이다. 레슬링은 퇴출 소식을 접한 이후 약 3개월간 전세계적으로 퇴출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또 무능과 부패로 비판에 직면했던 라파엘 마르티네티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이 사퇴했고, 여성부회장 자리를 신설하는 등 개혁을 위해 몸부림을 쳤다. '재미있는 경기'를 위한 룰 개정에도 앞장섰다. 세트제를 폐지하고 3분 2회전으로 변화를 꾀했고 패시브 제도도 수정해 공격적인 경기가 가능하도록 유도했다. 여성 체급도 기존 4체급에서 6체급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이런 자정 노력을 높이 평가한 IOC 집행위원들도 레슬링에 많은 표를 던지며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다.
마지막 관문은 9월에 있을 IOC 정기 총회다. 레슬링은 야구·소프트볼, 스쿼시 중 한 종목만이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다. 전망은 밝다. 레슬링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히던 가라테가 집행위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야구·소프트볼은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올림픽 기간 중 시즌 중단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IOC의 표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쿼시는 전세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레슬링을 위협할 상대가 못된다.
IOC 집행위원회의 투표 결과만 봐도 레슬링의 강세가 점쳐진다. 이날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은 1라운드 1차 투표에서 14표 중 과반수 이상인 8표를 얻어 1위로 후보종목으로 선정됐다. 반면 야구·소프트볼은 2라운드에서 4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후보종목에 포함됐고, 스쿼시는 3라운드 3차 투표에서 가까스로 1위를 차지해 막차를 타게 됐다.
가장 큰 적은 방심이다. 레슬링계는 집행위원회의 투표 결과를 크게 반기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FILA는 남은 5개월간 IOC 위원들의 표심 잡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IOC 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한편,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룰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한레슬링협회도 레슬링 퇴출 반대 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학열 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결의대회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리는 등 각 국 레슬링협회가 퇴출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도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중이고 현재 30만명이 서명을 했다. 100만명의 서명을 IOC에 보내 퇴출 반대에 대한 뜻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레슬링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99%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1%의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에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네나드 라로비치 FILA 회장도 "아직 싸움이 끝난게 아니다"라며 " 9월이 되야 온전히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종목을 위해 뛰어야 하는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며 총력적은 예고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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