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잠실 LG-넥센전에서 벌어진 오심 사건. 파장이 뜨겁다.
24시간이 지난 16일. 넥센 염경엽 감독이 LG전에 앞서 입을 열었다. 이날 염 감독은 평소보다 늦게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마른 체구. 최근 엎친데 덮친듯 연이어 몰아 터진 악재와 연패가 염 감독의 체중을 더 줄이고 있다. 잘 못자고 잘 못 먹은듯 평소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염 감독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심정을 취재진 앞에 털어놓으며 "이제는 연패를 끊고 야구에 집중하고 싶다"며 이슈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염 감독의 입을 통해 본 이번 사건의 재구성.
"나이트를 감싸지 못해 미안."
"그라운드로 나서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속이 말이 아니었죠. 부글부글 끓더라구요. 5연패를 끊고 싶었고…." 염경엽 감독은 이성적이다. 참기 힘든 명백한 오심 상황. 아웃-세이프 판정은 볼 데드 후 번복되지 않는 사항임을 알고 있었다. "참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저도 사람인데 심판이 오히려 강경하게 나오면 폭발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박근영 심판위원이 말은 '(주자) 손이 먼저 닿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얼굴이 노랗게 떠 있더라고요. 분위기 자체가 너무 많이 미안해 하는…. 대처가 쉽지 않았습니다."
번복될 수 없는 판정. 그대로 돌아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나이트에 대한 마음이 무거웠다. "나이트를 생각하면 퇴장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뒤집어 엎거나 철수를 시켰어야 했는데…. 오늘 아침에 보자마자 이유를 설명했어요. 자신도 한국야구 1,2년 차도 아니고 분위기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이해한다고 하더라구요. 나이트를 감싸주지 못한 점, 가장 미안합니다."
"박근영 심판,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사건의 파장은 컸다. 너무나도 팽팽하던 흐름에 나온 결정적 오심. 무득점으로 끝날 수 있던 이닝이 순식간에 8득점의 빅이닝이 됐다. 경기를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는 "마치 팽팽하던 화살이 툭 끊어진듯 한 느낌이었다"고 회고할 정도. 24시간 동안 엄청난 비난의 포화가 실수를 한 당사자에게 집중됐다. KBO 징계도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이뤄졌다. 박근영 심판위원은 바로 2군으로 강등됐다.
"하룻 사이에 전화가 여러 통 왔어요. 모르는 번호는 못 받았는데 박근영 심판이 전화를 했더라구요. 울면서 미안하더라고 하더라구요."
"'보복 오심'? 그런 건 없었다."
항간에 '김병현 사건 보복설'이 떠돌았다. 구체적 근거는 없는 정황상의 음모론. 이야기를 꺼내자 오심 최대 피해자 염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기획 판정이요? 그런 정황은 전혀 없었습니다. 일단 그라운드에 나가보면 분위기를 가장 알 수 있잖아요. 만약 제가 그런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죠. 그런데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었어요. 게다가 박근영 심판위원과 저와도 나쁜 사이가 아닙니다."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강판하던 중 공을 1루측 덕아웃 쪽으로 던져 퇴장과 벌금 징계를 받았던 김병현. KBO는 김병현이 '스포츠 정신을 위배했다'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엔 객관적 증거가 미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염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언급했다. "징계 이유가 '스포츠맨십 위반'이었잖습니까. 징계로 끝난 문제입니다. 심판과 감정이 남을 문제는 없었어요."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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