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내한한 펠릭스 호세(48)는 한때 국내 야구를 평정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총 4시즌(1999년, 2001년, 2006~2007년) 동안 95홈런, 314타점을 올렸다. 국내야구 첫 도전이었던 1999시즌 사상 첫 2경기 연속 만루 홈런과 사상 첫 한 경기 좌우타석 홈런을 쳐 괴물 타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실력면에서 두산에서 뛰었던 타이론 우즈와 함께 대표적으로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7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가 26일 롯데의 챔피언스데이 '응답하라 1999' 행사에 초대를 받아 모처럼 부산에 왔다. 그는 한국을 떠난 이후 도미니카공화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살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선 베이스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들 도미닉(20)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스탠포드대에 입학, 야구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외야수이며 아버지 처럼 스위치 타자라고 한다. 아들의 꿈은 메이저리거가 되는 건데 호세는 아들이 롯데에서 뛸 기회가 온다면 허락하겠다고 했다.
호세는 한국을 떠난 이후에도 꾸준히 국내 야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미국에선 TV를 통해 국내야구를 자주 봤다. 또 도미니카에선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선수로부터 계속 한국야구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최근 그에 눈에 비친 한국야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호세는 투수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일단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졌고, 공에 힘이 실리면서 타자들이 치기 힘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류현진(LA 다저스)을 예로 들면서 국내야구를 거쳐 미국에 간 선수가 잘 하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한국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와 아주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걸 예로 들면서 한국 야구 수준이 일본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다고도 말했다.
호세는 최근 2년 동안 국내야구에 외국인 타자가 없는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한국 야구에서 투수들의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외국인 타자가 와도 적응이 쉽지 않다. 투수들이 강해졌고, 1점차 승부가 많다. 외국인 타자라고 해서 한 해 20~25홈런, 80~100타점을 친다면 그건 운이 참 좋은 경우라고 봐야 한다."
호세는 우락부락한 외모, 배영수(삼성) 신승현(KIA)과의 빈볼 사건 때문에 난폭한 이미지로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2001년 9월 마산 삼성전에선 배영수의 연이은 빈볼에 격분, 1루에서 마운드로 걸어가 배영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2006년 8월 인천 SK전에선 사구를 맞고 신승현(당시 SK)과 몸싸움을 벌여 퇴장을 당했다.
호세는 두 선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한 건 아니다. 비즈니스였다. 둘다 좋은 투수들이다. 그들은 나를 강타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타자 중에는 위협구를 감내하는 선수가 있지만 나는 그걸 참지 못했다. 둘다 지금까지 선수로서 잘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와서 개인적으로 별로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호세 내한 소식을 듣고 "호세가 온다면 악수라도 한 번 해야겠다"고 했다.
21일 부산에 온 그는 롯데 2군 상동구장 방문, 아마야구 현장 지도, 팬 사인회, 인터뷰 등으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6일 롯데-NC전에선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라야 하고, 방송 보조 해설자로 깜짝 출연한다. 26일 경기는 '호세 효과'에 힘입어 이번 시즌 사직구장(2만8000석) 첫 매진이 예상된다.
호세는 25일 사직구장 덕아웃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지도자로 올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코치를 하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고 대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꼽았는데 자신이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었다. 6대5로 롯데가 승리했다. 롯데는 당시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한화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호세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28일 출국한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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