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천금같은 결승골과 부상을 맞바꿨다.
부산의 미드필더 한지호는 29일 대구전에서 후반 33분 정석화와 교체투입돼 6분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팽팽하던 0-0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결승골이었다.
이날 한지호는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가장 먼저 왠지 골을 넣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경기 당일 아침부터 골을 넣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23일 서울전에선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교체돼 뛰었는데 프로에 데뷔한 것처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대구전에선 몸이 많이 올라와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골을 넣을 것 같은 느낌에 난생 처음으로 골 세리머니도 준비했다. 한지호는 "엠블럼에 키스한 뒤 사진기자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벤치로 가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골을 터뜨리고 엠블럼에 키스한 뒤 곧바로 동료들이 달려들어 나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골 세리머니를 망쳐버렸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원하던 포지션도 부여받았다. 한지호의 주 포지션은 오른쪽 윙어다. 그러나 때로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을 때가 있다. 대구전이 그랬다. 한지호는 "'섀도 스트라이커를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윤성효 감독님께서 섀도 스트라이커를 보라고 하시더라. 야간 경기이다보니 물기가 많아 기회가 되면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라고 주문하셨다. 감독님의 주문도 딱 맞아 떨어졌다. 바운드도 절묘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한지호은 웃지 못했다. 부상 재발의 느낌을 받았다. 4월 초 왼발목 부상에서 회복된 지 일주일 만에 또 다시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 2개월 전, 한지호는 훈련 도중 디딤발을 잘못 디뎌 왼발목을 다쳤다. 18년간 축구를 하면서 장기간 부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달 반을 쉬었다. 그런데 팀 성적이 좋아졌다. 부산은 한지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3승3무1패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한지호는 마음이 조급했다. 그는 "회복하는 기간 팀 성적이 좋아지더라. 또 후배들도 잘해 편안하게 쉬지 못했다. 빨리 복귀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 "몇 년 만에 다쳐서 장기간 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특히 김호준 백병원 원장님과 김민철 박해일 트레이너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부상 경과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한지호는 이날 골맛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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