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시키는대로 해야지. 뭐."
오는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릴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부터 웨스턴리그 LG 선수들의 싹쓸이로 화제가 되고 있는 지금, 이에 가려져 화젯거리가 있으니 웨스턴리그의 감독과 코치진 구성이다. 웨스턴리그는 KIA, LG, 한화, 넥센, NC 5개 팀으로 구성돼있는데 올시즌 웨스턴리그 감독은 KIA 선동열 감독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순위가 가장 높은 팀 감독이 이듬해 올스타전의 감독을 맡는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교롭게도 웨스턴리그 4팀이 5위부터 8위까지를 나란히 차지했고, 가장 높은 5위에 KIA가 자리했었다.
자연스럽게 경기 외적으로 최고의 이벤트가 생길 수 있게 됐다. 한국프로야구의 산 역사인 한화 김응용 감독이 주루코치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이다. 보통 올스타전에서는 감독 외에 코치 역할을 하는 감독들이 돌아가며 1, 3루에 나가는게 보통. 김 감독이 그라운드를 도는 주자들을 향해 힘차게 팔을 돌리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그 모습은 야구팬들 사이에 오랫동안 회자되지 않을까.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을 앞두고 덕아웃에 나온 김 감독에게 "코치박스에 서실 의향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껄껄 웃으며 "감독이 시키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답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김 감독은 선 감독이 감독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을 잘 몰랐던 듯 "감독이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선 감독이라고 하자 "선 감독이라고 하면 나를 좀 봐주겠네. 그늘에 앉아있으라고 하겠지. 코치들 많잖아"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웨스턴리그에는 선동열 감독 외에 김응용 코치, 김기태 코치, 염경엽 코치, 김경문 코치 등 유능한 코치자원(?)들이 포진해있다. 올해는 특히, NC까지 가세해 김 감독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상황이기는 하다. 다음 질문에 대한 김 감독의 답변이 더욱 압권이었다. 김 감독은 "그럼 만약 선 감독이 감독석을 양보하면 거기에 앉으실 것인가"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감독이 시키는대로 해야지"라고 답해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지난 감독 생활을 회상하며 "올스타 감독만 10번 넘게 했었다"고 말했다. 하긴 90년, 2000년대 한국야구를 주름잡던 해태와 삼성의 감독이었기 때문에 올스타전 감독직을 밥먹 듯이 해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코치 역할이 더욱 어색하게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한편, 인천 SK전을 앞두고 김 감독의 이런 반응을 전해들은 KIA 선동열 감독은 "김응용 감독님과 김경문 감독님은 무조건 의자에 앉혀놓겠다"고 선언했다. 두 선배 감독들에 대한 확실한 예우. 동갑내기 막내 감독인 김기태, 염경엽 두 코치가 버티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 선 감독은 "투수교체를 할 때는 김응용 감독님께 꼭 조언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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