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13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선 낮설지 않은 이름이 눈에 띄었다. 부산시설관리공단 레프트백 이은비(23)다. 김갑수 부산시설관리공단 감독은 "이달부터 팀에 합류했다"며 복귀 사실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개인사를 이유로 은퇴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이은비는 여자 핸드볼의 미래로 평가받던 선수였다. 삼척여고를 졸업하고 2009년 실업무대에 뛰어 들자마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주니어대표(20세 이하)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면서 여자 핸드볼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또 한 번의 '우생순 신화'를 일구는데 일조했다. 런던올림픽 때는 엄청난 스피드로 '페라리'라는 별명도 얻었던 그가 돌연 은퇴한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이은비는 "여러가지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부상에 경기력까지 점점 떨어졌다. 홀몸으로 자신을 키우다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부친의 병간호도 문제였다. 방황 끝에 찾은 탈출구는 은퇴였다. 국가대표 기대주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았다. 핸드볼을 떠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뿐이었다.
생각이 바뀐 것은 지난 5월부터였다. 녹록지 않은 사회 생활 속에 운동을 향한 열망은 점점 커졌다. 핸드볼인이었던 부친도 복귀를 바랐다. 용기를 내기로 했다. 말없이 사직서를 받아 들었던 김 감독과 팀은 이은비의 복귀 의사를 두 말 없이 받아 들였다. 부친의 병 간호를 맡아줄 이를 구할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닌 점을 감안해 간병인도 고용해줬다. 이은비는 "예전에 비해 한결 편안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짧지 않았던 공백이다. 갈 길이 멀다. 체력 뿐만 아니라 떨어진 감각을 찾는 것도 급선무가 됐다. 7일 인천시체육회전에 나섰으나, 이은비는 1골을 얻는데 그쳤다. 이은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잠시 팀을 떠난 뒤 핸드볼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됐다."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되찾는 문제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내가 핸드볼을 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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