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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이 되어라' 가르치는 조정호 중앙대 감독, 한국축구의 진정한 '언성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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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태극전사가 침체된 한국 축구에 희망을 쏘아올렸다. 30년 만의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4강 신화는 아쉽게 이뤄지지 못했지만, 벌써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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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을 보석으로 만든 이광종 감독의 리더십이 빛났다. 그런데 이 감독과 함께 칭찬받아야 할 지도자가 있다. 바로 조정호 중앙대 감독이다.

이번 대회 8강까지 투혼을 펼친 이광종호에는 4명의 중앙대 출신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공격수 류승우, 미드필더 우주성, 수비수 심상민(이상 20) 미드필더 이창민(19) 등 주전 요원들이다. 모두 조 감독의 제자들이다. 조 감독은 원석들을 캐내고,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게 훈련시켰다. 조 감독은 선수를 발탁하는 남다른 눈은 가지고 있다. '될성 부른 떡잎'을 잘 골라낸다. 조별예선 1, 2차전에서 연속골을 폭발시키며 '스타'로 떠오른 류승우의 경우가 그랬다. 수원고 시절 류승우는 단신(1m71)인데다 왜소했다. 팀 전력도 좋지 못해 아무도 류승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 감독은 달랐다. 류승우가 2학년 때부터 마음에 품었다. 재치있는 볼 기술에 매력을 느꼈다. 대형 선수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조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류승우는 지난해 중앙대에 입학한 뒤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좋은 동료들과 호흡하자 자신의 기량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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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중앙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 감독의 축구철학은 네 가지다. 첫째, '성실함'이다. 조 감독은 개인훈련을 강조한다. 훈련 이후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라고 얘기한다. 여기에 하나 더 주문한다. 추억에 남는 훈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조 감독은 중앙대 출신 윤빛가람(제주)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윤빛가람의 주법 교정을 위해 사비를 들여 육상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에게 10일간 개인 지도를 부탁했었다.

둘째, '정직함'이다. 조 감독은 선수들을 운동하는 기계가 아닌 인격체로 대우해준다. 선수도 운동을 하기 싫을 때가 있고, 왠지 부상을 할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이탈하지 말고, 숨기지도 말고 떳떳하게 얘기하라고 말한다. 믿음은 조 감독이 강조하는 정직함의 기본이다. 조 감독은 선수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다. 이런 믿음 속에 쌓이는 사제간의 신뢰가 그라운드에서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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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인성'이다. 조 감독은 선수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인성교육에 별도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러나 짬이 날 때마다 선수들에게 '왜 운동을 해야 하는가'를 얘기한다. 또 '스타덤'에 오른 뒤 태도에 대해서도 지도한다. '말 조심'에 대한 강조다. "스타는 공인으로서 빈 말이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청렴'이다. 학원스포츠에는 금전사고가 잦다. 스카우트 비리가 관행이 돼버린지 오래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조 감독은 한 번도 금전적인 부분에 연루되지 않았다. 인생의 좌우명을 '금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성적에 욕심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는 의미다. 장수 감독이 된 비결도 명예를 지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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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 감독의 철학이 팀에 정착되다보니 중앙대는 고교선수들이 입학을 선호하는 대학교 톱5 안에 꼽힌다. 소문은 입으로 전해진다. 조 감독의 지도 능력에 반한 중앙대 출신 선수들은 자신이 다녔던 고교 후배들에게 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대회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15년간 상위권은 유지했지만, 2000년대 들어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2년 전 U-리그 권역별 우승이 유일한 트로피다.

하지만 조 감독이 중앙대에 바친 15년을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조 감독은 한국축구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군 태극전사들을 다수 배출시켰다. 부동의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곽태휘(알샤밥)을 비롯해 '왼발의 달인' 김치우(FC서울), '고공 폭격기' 김신욱, '총알탄 사나이' 박용지, '꽃미남 수비수' 이 용(이상 울산), '축구천재' 윤빛가람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키워냈다.

조 감독이 꾸는 꿈은 한 가지다. 계속된 인재양성이다. 그가 선수를 보는 눈은 아직 살아있다. 근성, 인성, 투지를 겸비한 20세 이하 대표 선수들을 길러낸 것처럼 말이다. 조 감독이야 말로 한국축구에 이바지한 진정한 '언성 히어로(Unsung hero·소리없는 영웅)'가 아닐까.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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