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20세기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1세대 아이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연기자나 솔로가수로서는 물론이고, 최근엔 예능까지 장악하며 블루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토크쇼에서는 1990년대 추억을 소재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과거의 신비주의를 벗어낸 소탈한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비롯한 일련의 복고열풍은 1세대 아이돌에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파릇파릇한 10대 소년에서 어느덧 30대 중반 나이가 된 그들. '21세기 예능스타'를 꿈꾸는 '20세기 아이돌'의 예능 성적표를 매겨봤다.
최장수 아이돌의 신화는 현재 진행형
아직 팀이 유지되고 있는 최후의 1세대 아이돌 신화. 후배들에겐 롤모델이고 팬들에겐 현재 진행형인 전설로서 날마다 최장수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다. 신화는 '따로 또 같이'의 모범 사례다. 에릭과 김동완은 연기자로, 전진 이민우 신혜성은 솔로가수로, 엔디는 제작자로 활동하다가, 때가 되면 신화라는 이름 아래 뭉친다. 최근 발표한 11집 타이틀곡 '디스 러브'는 음악방송 1위에 오르며 신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예능 성적표도 좋다. 신화는 팀 이름을 내건 정규 예능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첫 방송된 JTBC '신화방송'은 지난 6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총 60회 방송됐다. 초반에는 '채널'이라는 포맷으로 다양한 아이템에 도전했고, 이후 고수에게 비법을 배우는 '은밀한 과외'로 포맷을 바꿔 인기를 끌었다. 종영 즈음엔 스타의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우는 '손맛 버라이어티'를 선보였다. 멤버 전원이 장희빈 분장을 하고 표독스러운 연기에 도전하는 등 망가짐을 서슴지 않았고, 후배 아이돌과 대결을 펼치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컴백과 함께 출연한 tvN 'SNL코리아'와 MBC '라디오스타' 등의 예능 프로그램도 화제만발. 멤버 이민우는 오는 20일 첫 방송되는 Mnet 댄스 서바이벌 '댄싱9'에서 'K팝 마스터'로 활약할 예정이며, 올 가을에는 새롭게 단장한 '신화방송'도 돌아온다. '예능 우등생' 신화의 성적은 당연히 A+다.
"너희들 핫젝갓알지?"
아이돌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는 팀 이름 인사부터 예사롭지 않다. "너희들 핫젝갓알지?" 이들은 1990년대를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다. 핫젝갓알지는 H.O.T의 문희준-토니안, 젝스키스의 은지원, G.O.D의 데니안, NRG의 천명훈이 모인 팀으로, 각자의 소속 그룹에서 한글자씩 가져와 팀 이름을 지었다. 케이블채널 QTV 예능 프로그램 '20세기 미소년'에 출연하면서 결성됐다. 과거엔 아름다운 미(美)소년이라 불렸지만 현재는 소년이 아니라는 의미로 미(未)소년이라 불리는 동갑내기 다섯 남자는 핫젝갓알지라는 이름 아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전국의 소녀들을 두 갈래로 나눴던 H.O.T와 젝스키스의 라이벌 구도를 생각하면 이들의 존재 자체가 사뭇 경이롭게 다가온다. 더구나 토니안의 신곡에 은지원이 피처링을 했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세기 미소년'을 통해 NRG의 히트곡 '할 수 있어'를 새롭게 녹음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핫젝갓알지는 본격적인 팀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박남정 편에서 선보인 '비에 스친 날들' 무대는 그 신호탄이었다. 한번의 리허설에도 숨을 헐떡이는 나이가 됐지만, 원조다운 칼군무와 라이브 실력은 여전했다. 그리고 이들의 무대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며 우승자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핫젝갓알지가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도 잇달아 전파를 탔다. 8일 tvN '택시' 이어 11일엔 KBS2 '해피투게더3'에 얼굴을 비췄다. 요즘 방송가 섭외 대상 1순위지만, 아직은 활동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 점수를 매겼다. 그래서 성적은 B+.
'나홀로 예능' 이효리-강타는?
역시 이효리다. 이름이 곧 브랜드다. 최근 3년 만에 컴백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한 이효리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효리 효과'를 시청률로 증명했다. MBC '라디오스타', SBS '맨발의 친구들', '땡큐', KBS2 '안녕하세요'까지 모조리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SBS '화신'과 KBS2 '해피투게더3'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이효리가 출연만 하면 어김없이 흥행 대박. '시청률의 여왕'에겐 A+도 부족하다. 다만 예능계의 고정 출연 러브콜에 당분간 응답할 계획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 A를 줬다.
최근 급부상한 강타도 기대주다. Mnet '보이스 코리아2'에서 코치로 활약하며 프로듀싱 능력을 발휘해 우승자를 배출할 때만 해도 강타는 뮤지션으로만 남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MBC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한 강타는 완벽한 비주얼과 대비되는 털털한 독거 생활을 보여주며 '삼성동 꽃거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후줄근한 옷차림은 1세대 아이돌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며 반전의 재미를 줬다. 애견들에겐 정성껏 만든 영양식을 먹이면서 자신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도 독특했다. 우량주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성적은 B.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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