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25)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비결 중 하나는 발군의 퍼트감이었다. 올시즌 6승을 수확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박인비는 올시즌 50라운드에서 총 1423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가 28.46개로 LPGA 평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퍼트'를 자랑하는 박인비가 퍼트에 발목을 잡혔다.
21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장(파71·6428야드)에서 열린 마라톤 클래식 3라운드에서였다. 버디를 1개 낚는데 그쳤고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를 기록하며 2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1,2라운드에서 공동 5위를 지켰던 박인비는 중간합계 4언더파 209타를 기록하며 공동 23위로 추락했다. 12언더파 201타로 공동 선두에 오른 폴라 크리머(미국)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와의 격차는 8타다. 스코어차가 워낙 커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장기인 퍼트 감각에 문제가 생겼다. 1라운드 26개, 2라운드 28개를 기록했던 퍼트수가 3라운드에서 32개로 치솟았다. 박인비는 "오늘 퍼트가 무척 나빴다. 후반에 8차례의 버디 기회가 있었으나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8번의 버디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면 공동 선두 등극도 가능했다. 그러나 평균보다 4개나 많은 퍼트수를 3라운드에서 기록하며 순위가 하락했다.
3라운드에서 퍼트감에 문제가 생긴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쉴틈없이 대회에 출전해 체력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퍼트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동반 하락한다. 스트로크 순간 흔들림이 퍼트 부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주는 부담감도 이유 중 하나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1930년 보비 존스(미국) 이후 83년 만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박인비는 평소 '그랜드 슬램'에 쏠린 주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7월 초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미국 방송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랜드슬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손사래 치며 "이제 그랜드슬램 그만 얘기하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담감과 체력 회복을 위해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마친 뒤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이 대회를 마치고 닷새간 한국에 다녀올 것이다. 긴장을 풀고 연습하면서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인비가 스스로 느끼는 퍼트 감각이 걱정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박인비는 "그래도 지난주보다 퍼트 감각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박인비는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당시 박인비는 그린 스피드가 느려 고전했다.
한편, 3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한국 선수 중에는 최운정(23)이 중간합계 8언더파 205타로 공동 6위에 자리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1승을 신고한 박희영(26)은 공동 9위(7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디펜딩 챔피언' 유소연(23)은 지은희(27) 리디아 고(16) 등과 함께 공동 11위(6언더파 207타)에 올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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