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구장에서 고교선수가 홈런치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30일 2013년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야탑고 4번 타자 김하성(3학년 내야수)이 그 짜릿한 경험을 할 뻔했다. 원주고와의 16강전 1회초 2사 1루에서 잠실구장 좌측 펜스를 때리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펜스에 적힌 100m 숫자 부근을 강타하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야탑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졌다.
청소년대표인 김하성은 "처음 맞았을 때는 홈런인 줄 알았는데 거리가 조금 짧았다. 잠실구장은 그라운드를 밟아보기도 어렵고 홈런을 때리는 건 더더욱 힘든데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은 웬만해선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또 운좋게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하더라도 나무 배트를 잡고 고교생이 홈런을 치는 건 무척 어렵다.
잠실구장 개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은 류중일 삼성 감독이다. 그는 1982년 7월 17일 개장기념 우수고교초청대회 부산고와의 결승전에서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부산고 김종석으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빼앗았다. 무려 31년전 일이다. 당시 경북고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류중일은 거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홈런을 칠 수 있었던 건 알루미늄 배트의 도움이 컸다.
요즘 고교야구에선 홈런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이 돼 버렸다. 이번 청룡기에서도 18경기를 치른 30일 현재 홈런은 2개(목동구장) 나왔다. 상원고 장현덕과 청원고 나승원이 1개씩 쳤다. 지난 5월 열린 황금사자기대회 때 나온 홈런은 총 5개였다.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을 때는 한 대회 마다 10개 이상의 홈런이 쏟아졌다. 경기 막판 3점차 이상 뒤처져 있더라도 순식간에 양상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 고교야구에선 지독한 홈런 기근 현상에다 점수차가 웬만큼 벌어지면 승패가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 한 고교팀 감독은 "한해 경기를 해보면 한 팀에서 홈런을 하나도 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팀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과거 처럼 알루미늄 배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야구선수를 뒷바라지하는 학부모 입장에서 알루미늄 배트보다 나무 방망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일부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고교 선수들이 나무 배트를 사용하고부터 오히려 프로에서 고졸 신인 타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대한야구협회가 현행 규정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협회가 고교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금지한 건 2004년부터다. 국제무대에서 나무 배트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똑같이 하는 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맞다는 논리였다.
올해 고교야구 통산 홈런 랭킹 1위는 청소년대표 배병옥(성남고)으로 4홈런이다. 그 다음은 3홈런으로 임동휘(덕수고) 최우혁(서울고) 김도형(성남고)이다. 2홈런은 나승원 임병욱을 포함 6명이다.
이날 야탑고는 원주고에 11대3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야탑고 1번 타자 김경호가 5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8강전 상대는 북일고다. 신일고는 인천고를 8대5로 제압, 8강에 합류했다. 신일고 1학년 조예준이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가장 빛났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전적(30일)
야탑고 11<8회콜드>3 원주고
신일고 8-5 인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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