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유망주를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넥센 강윤구는 어찌 보면 '행복한 선수'일 것이다. 2009년 히어로즈의 첫 1차 지명자로 프로에 입단해 첫 해부터 1군에서 뛰었다. 간간이 선발로 나서던 강윤구는 2009시즌 후반부터는 아예 선발로 고정됐다. 2010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을 받아 1년 넘게 공백을 가졌지만, 복귀 후에도 계속해서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다.
강윤구의 통산성적은 18일 현재 17승15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은 4.61이다. 올시즌 데뷔 이후 가장 많은 6승(4패)을 수확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올시즌엔 좋았다 나빴다가 반복되고 있다.
강윤구는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흔히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수투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고 한다. 강윤구 역시 잠재력 만큼은 엄청나다. 좋을 땐 '언터쳐블'이다. 하지만 좋지 않을 땐 난타당한다. 마치 마지막 봉우리를 터뜨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강윤구 얘기만 나오면 한숨이 나온다. '이쯤 되면 좋아지겠지'란 생각에도 그만큼 따라와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 롯데전에선 3⅓이닝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위에 올라있는 넥센으로선 5위 롯데와의 경기는 순위싸움을 생각하면, 반드시 잡아야 했다. 하지만 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최대한 강윤구를 기다려줬다.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교체를 지시했다.
하지만 강윤구는 넥센이 반드시 키워내야 하는 선수다. 팀의 미래와도 같다. 팀을 넘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할 만한 좌완투수가 돼주길 바라고 있다.
강윤구의 문제는 무엇일까. 다른 유망주들과 비슷하다. 좋은 공을 갖고 있지만 100% 발휘하지 못하는 건 멘탈, 즉 정신적인 문제다. 염 감독은 강윤구의 문제에 대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하늘과 땅 차이다. 윤구가 너무 잘 하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본인이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이다. 자신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을 알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고비는 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할 수 있다. 넥센이 강윤구를 기다려준 것만 해도 벌써 4년째다.
염 감독은 "같은 볼넷을 줘도 자기 공을 던지면서 자기 패턴으로 볼넷을 주는 건 괜찮다. 하지만 직구가 안 된다고 직구만 4~5개 던져서 볼넷을 줘서는 안된다. 변화구도 보여줘야 돌파구가 생기지, 상대는 직구라는 걸 다 알고 친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강윤구에게 이런 조언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여러가지 방법을 써보는데 결과가 고르지 못하다. 하지만 넥센 코칭스태프는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강윤구가 변할 것으로 믿고 있다.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는 선수를 키우는 사람들이니 힘들 수 있다. 선수의 성장 역시 우리의 책임이다. 하지만 동료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16일 경기서도 내가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들이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본인의 능력이다. 그만큼 잠재력이 있으니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강윤구는 정말 매력적인 투수다. 염 감독의 말대로 4년이나 기다려주는 덴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인내심의 한계는 오게 돼 있다. 기다려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대감은 사라져가기 마련이다.
염 감독은 "지금은 팀이 윤구에게 희생을 하고 있다. 언젠가 윤구가 팀을 위해 희생할 때가 올 것이다. 팀에 고마움을 갚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윤구가 팀과 코칭스태프의 바람대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시점은 언제일까. 그 시점에 넥센 역시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
포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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