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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그룹→성남시→안산시,'최다우승'성남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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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일화의 안산시 인수설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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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스플릿의 운명을 3경기 남겨둔 절체절명의 시점. 안익수 성남 감독은 24일 울산전(3대1 승) 직전 "우리는 을이다 선수들에게도 '갑을론'을 이야기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경기 직후 '24년 성남의 수장' 박규남 사장(77)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오늘 이자리에 하소연하러 나왔다. 성남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와달라."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성남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한국 축구의 위기다.

고 문선명 총재의 부재, 통일그룹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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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의 축구사랑은 극진했다. 성남의 7회 우승은 문 총재의 뜨거운 관심이 있어 가능했다. 24년간 한국축구를 위해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피스퀸컵, 피스컵 등 국제대회를 유치해 한국축구의 힘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지난해 문 총재가 세상을 떠난 후 여자축구 충남 일화가 해체됐다. 피스컵, 피스퀸컵도 폐지됐다. 성남 일화에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통일그룹은 성남에게도 '자생의 길'을 찾으라고 통보했다.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지난해 말 유예기간은 1년으로 줄어들었다. 1년에 150억원 이상 쏟아부어야 하는 구단경영을 내려놓겠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박 사장이 안익수 감독 영입을 위해 당시 부산아이파크 구단주이자 연맹 총재였던 정몽규 회장(현 대한축구협회장)을 만났을 때, 눈물로 호소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성남이 K-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아이러니하게도 성남 일화의 안산 인수설이 흘러나오던 지난 23일은 고 문선명 총재의 1주기였다. 그토록 축구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유지, 유업을 받들 '아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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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아이러브싸커, 전영지 기자
14년 연고 성남시의 외면

성남 구단은 올해초부터 성남시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 지난 5월 성남시는 '성남시 시민프로축구단 재창단 타당성 및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결과는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시민구단을 완전히 새로 창단할 때보다 성남일화를 인수하는 것이 비용, 인력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성남 일화가 성남시에 축구단을 아무런 조건없이 무상기부'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성남 일화의 현재 자산가치는 350억원 안팎이다. 성남구단 인수시 장점으로 '1부리그팀으로 재창단' '명문구단의 역사승계' '경기도내 가장 경쟁력 있는 시민구단' '성남시를 알리는 대표브랜드' 등이 꼽혔다. 새로 1부구단을 창단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절감된다는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봤다. 별 7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명문구단으로서 최강팀의 역사를 승계하고, 경기도 내 유일의 K-리그 클래식 시민구단으로 재창단될 경우 관중동원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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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긍정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7월 성남구단에 "인수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K-리그 7회 최다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 350억원 가치의 축구단을 거절했다. "시민구단 창단을 장기 플랜의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완곡하지만 확실한 거절이었다. 내년 지자체 선거 등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남 일화가 14년전 진입 당시 겪었던 종교적 문제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결국 '성남 일화'는 '일화'에게 버림받았고, '성남'에게 버림받았다.

축구도시 안산시의 적극적 행보

"제발 우리 '성남 일화'가 '성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러나 만약 성남에 있지 못한다면 딴데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박 사장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위기의 성남에게 안산시는 현재로서 유일한 '동앗줄'이다. 안산이 먼저 제안했는지, 성남이 먼저 제안했는지 모를 정도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안산은 시민구단 창단을 강력히 희망해왔다. 3만5000여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와 스타디움'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A매치를 수차례 유치해온 안산은 유소년, 시민들의 축구열기도 뜨겁다. 경찰청 축구단 인수가 불발된 후, 올해 3~4월경 성남구단과 물밑 협상이 진행됐다. 안산의 사정에 정통한 안익수 성남 감독이 직접 소통에 나섰다.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고위층을 중심으로 호의적인 여론도 형성됐다. 성남일화의 규모를 유지하려면 1년에 150억원, 마케팅 수입을 제외하더라도 80~100억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창단은 쉽지만 해단은 어렵다. 일단 만들고 나면 매년 100억 이상의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메인 스폰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타당성 검토, 공청회 등을 통한 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 시의회 통과 절차도 남았다. 안산시 출신 정치인들이 성남구단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실무 공무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안산시청 관계자는 "1부리그는 물론 챌린지,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농구, 배구단 인수 문제도 겹쳐 있다. 배구의 경우 현재 시에 돈을 내고 들어오겠다는 입장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박 사장 역시 "구두협의가 오간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안됐다. 내일 될지, 일주일 후에 될지 그건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 팀이 해체되지 않고 시민구단으로 어떻게든 존속되기를 바란다"는 원칙론만 수차례 반복했다. 축구단의 명맥은 어떻게든 이어가야 한다는 '당위'다.

든든한 후견인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존폐 위기를 맞았다. 자생의 길을 찾아야만 하는 '아시아의 챔피언' 성남을 '14년 연고지' 성남시가 외면했다. 성남시가 냉정하게 돌아선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한 '축구도시' 안산은 성남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이다. 350억원을 무상기부하겠다는데도 다들 인수를 고민한다. 속수무책 간택을 기다려야 하는 '슈퍼구단' 성남의 현실은 비루한 '을'이다. 한국축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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