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면 감독실에 있을 수 없어요."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29일 광주 무등야구장. 오후 3시쯤부터 비가 쏟아지면서 광주구장 그라운드는 물바다가 됐다. 타자들이 타격훈련용 시설이 을씨년스럽게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오후 3시50분쯤 1루 덕아웃 뒤 KIA 감독실을 찾았는데, 선동열 감독이 사복차림으로 문을 나서고 있었다.
폭우로 인해 경기는 이미 취소된 상황. '오늘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자 선 감독은 "감독실에 비가 새 피난가고 있어요"라고 했다. KIA 선수들도 이날 훈련없이 귀가했다. 상대팀 히어로즈 선수단도 경기장에 나오지 않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1965년 건립된 광주구장은 대구구장과 함께 프로야구 경기가 개최되고 있는 야구장 중에서 시설이 가장 낙후된 곳이다. 한때 비가 오는 날 외야의 고인 물에 물방개가 나타난 일도 있었다.
시설이 낡았지만 그렇다고 보수를 할 수도 없는 모양이다. 무등야구장 외야 왼쪽 뒤편에는 내년 시즌 개장하는 새 구장이 자리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새 야구장이 틀을 갖추고 내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 감독은 "비가 오면 비가 주룩주룩 새서 감독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감독실 뿐만 아니라 선수 라커와 웨이트트레이닝장도 마찬가지고요"라며 웃었다. 선 감독의 가벼운 웃음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아무리 최신식 야구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등야구장은 아직까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구장이다. 프로야구 경기가 개최되는 야구장의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머무르는 공간이 비가 오면 빗물이 스며든다는 사실,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다.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신화가 어려있는 곳 무등야구장. 인접한 최신식 야구장이 희극적으로 대조를 이루며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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