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 쿠드랍체바(러시아),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멜리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덩센유에(중국), 손연재(한국)….'
1일 새벽 펼쳐진 제32회 우크라이나 키예프 리듬체조세계선수권 개인종합 '톱5' 명단이다. 예상대로 1-2-3위는 러시아, 동구권 선수들이 휩쓸었다. 그러나 '톱5' 리스트에는 사상 초유의 변화가 감지됐다. 러시아 동구권이 독식해온 리듬체조 종목에서 5위권에 동양인 선수 2명이 한꺼번에 이름을 올렸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중국 에이스 덩센유에의 약진은 '사건'이다. 덩센유에는 0.042점 차로 손연재를 누르고 4위에 올랐다. 전날 곤봉 결선무대에서도 손연재를 누르고 5위에 오르며 파란을 예고했다. 2007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덩센유에가 손연재보다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생 덩센유에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손연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혀온 선수다. 중국 광시성 출신으로 6세때 리듬체조에 입문했다. 6년전인 2007년 일본 이온컵을 통해 시니어 데뷔전을 치렀다. 2009년 중국 랭킹 1위에 올랐고, 2011년 유니버시아드대회 후프 종목 동메달,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손연재가 11위를 기록한 2011년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덩센유에는 13위에 올랐다. 손연재가 개인종합 5위로 약진한 런던올림픽에서 덩센유에는 예선 11위에 그쳤다. 간발의 차로 톱10까지 진출하는 결선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시즌 그녀는 달라졌다. 올해초 리스본월드컵 리본 결선에서 3위에 오르며 생애 첫 월드컵 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즈벡 타슈켄트아시아선수권 이후 손연재와 박빙의 경쟁을 펼쳤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후프, 곤봉에서 3관왕에 올랐다. 덩센위에는 개인종합 3위에 올랐지만, 손연재가 놓친 볼과 리본 금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후프, 곤봉에선 손연재에 이어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손연재가 개인종합 6위에 올랐던 카잔유니버시아드에서 덩센유에는 8위에 올랐지만, 전종목 결선무대를 밟으며 선전했다. 국내 리듬체조 전문가들이 "수구 조작력이 뛰어나고 정확한 연기를 하는 선수, 급성장중인 선수"라고 경계심을 표했다.
2년만의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연기를 선보였다. 중국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개성있는 루틴과 자신만만한 표정, 거침없는 연기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월드클래스의 '속도'와 매끄러운 연결력, 능수능란한 수구조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인종합 결선무대에서 4종목 가운데 곤봉, 후프 2종목에서 17.900점을 받아들었다. 연기 직후 미키마우스 손수건을 꺼내들고 팬들에게 화답하는 모습에선 여유가 넘쳤다. '세계 톱5'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가진 손연재와 달리,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를 즐겼다. 중국선수로는 최초로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톱5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덩센위에의 세계 4위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덩의 약진'은 아시아 리듬체조는 물론 손연재에게도 희소식이다. '아시안스타'의 이름으로 나홀로 고군분투했던 손연재에게 무서운 경쟁자가 생겼다. 경쟁자가 없는 종목은, 재미도 의미도 없다. 덩센위에의 도약은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독종' 손연재에게 강력한 동기부여 및 자극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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