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제주가 결국 그룹A 진입에 실패했다. 제주는 1일 대전과의 26라운드에서 2대1로 이겼지만, 부산(승점 40·골득실 +6)과 성남(승점 40·+5)이 승리를 거두며 9위(승점 39·+6)에 머물렀다. 당초 중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으며 그룹A 진입이 유력했던 제주, 왜 그룹B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수 밖에 없었을까.
지긋지긋한 '여름징크스'
'여름 악령'은 올시즌에도 이어졌다. 제주는 여름만 되면 힘을 쓰지 못했다. 무더위가 시작된 6월부터 4승4무5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사력을 다한 마지막 2경기 승리가 포함된 결과다. 그전까지 6승5무2패의 성적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제주는 지난 3년간 여름만 되면 힘을 쓰지 못했다. 클래식의 유일한 섬구단인 제주는 비행기로 육지와 섬을 오고 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내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면 압력 차이 때문에 다리가 부어 올라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더위까지 겹치니 힘을 쓰기 더욱 힘들다. 강한 전방 압박과 패싱 플레이를 강조하는 제주의 축구는 체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며 경기력도 저하되고 있다. 박 감독은 3년 연속으로 이어진 '여름 징크스'를 탈피하고자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홈징크스'
제주는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그만큼 제주는 홈에서 극강이었다. 원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홈에서는 K-리그 클래식 유일의 섬팀 잇점을 톡톡히 누렸다. 상대팀들은 제주도의 다른 기후, 풍토 등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제주가 그간 K-리그 상위권을 유지한 것은 안정된 홈성적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올시즌 초반에도 제주의 홈 극강행진은 이어졌다. 처음 5경기에서 4승1무로 무패였다. 이때까지는 순위도 2~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5월 26일 서울전(4대4 무) 이후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이 후 제주는 1일 대전을 꺾기 전까지 7경기 무승행진(4무3패)의 늪에 빠졌다. 평소 홈경기 필승의 각오를 밝혀 온 박경훈 감독 부임 후 홈 최장경기 무승기록이다. 덩달아 순위도 추락했다. 부진한 홈성적은 결국 제주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고비에서 찾아온 '득점력 부재'
제주는 클래식에서 가장 공격적인 팀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주의 가장 큰 고민은 득점력이었다. 강력한 미드필드를 앞세워 숱한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26경기에서 40골에 그쳤다. 팀최다득점 5위에 머물렀다. 지난시즌 같은 기간 1~2위를 다퉜던 제주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다. '주포' 페드로와 서동현, 마라냥이 알토란 같은 득점포를 이어갔다. 페드로는 1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문제는 기복이 너무 심했다는 점이다. 페드로는 치열한 순위싸움 펼치던 막바지 11경기에서 4골에 그쳤고, 서동현은 1일 대전전에서 골맛을 보기 까지 5월 26일 이후 한골도 넣지 못했다. 박 감독도 "페드로, 서동현, 마라냥 등 공격진 핵심선수들의 부진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득점력이 떨어지니 어렵게 넣고, 쉽게 실점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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