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영화 대사 "살아있네"라는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태극마크를 반납한 지 1년이 됐고, 팔팔한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흘러간 배드민턴 남자단식 스타 이현일(33·새마을금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현일은 작년 런던올림픽까지만 해도 질곡이 많은 비운의 선수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어린 나이에 은메달을 차지한 그는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최고의 간판주자였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초반에 탈락한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2007년 코리아오픈서도 1회전에서 탈락하는 지경에 이르자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재능이 좋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설득 끝에 이현일은 4개월 만에 대표팀으로 복귀했고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을 다시 노렸지만 또 노메달(4위)에 머물렀다.
어느새 30대로 접어든 이현일은 후배들에게 길을 내줘야 한다며 두 번째 대표팀 은퇴를 선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마지막이 아니었다. 2010년 대표팀을 이끌던 김중수 감독(현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이 이현일을 다시 불러들였고, 마지막으로 런던올림픽에 도전했다.
올림픽과의 인연은 지독하게 없었다. 이현일은 런던올림픽에서도 4위를 기록했고 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주변에서는 두 번의 대표팀 은퇴-복귀를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도전한 그의 투지만큼은 높이 샀다.
그렇게 아쉬움을 깊게 품고 대표팀을 떠난 뒤 신생팀 새마을금고에서 새출발한 그가 놀라운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최근 '남자단식의 최강은 여전히 이현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일은 3일 끝난 가을철종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7월 여름철대회에서 새마을금고에 창단 첫 금메달을 안겨준 데 이어 2연패를 달성한 것.
이제는 한물 갔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그가 혈기왕성한 후배들을 줄줄이 따돌리며 살아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성한국 새마을금고 감독은 "이현일이 탄탄한 전 소속팀(요넥스)을 떠나 신생팀에서 다시 출발한 이후 대표팀에 있을 때보다 더 지독하게 달라졌다. 기량이 되레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이현일에게는 절박한 새출발이었다. 향후 3년 정도만 선수생활을 더한 뒤 떠나자는 마음으로 입단했던 그에게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후배들과 창단팀을 꾸리다 보니 부담감이 오히려 책임감으로 승화됐단다.
이현일은 "너무 어린 후배들과 함께 운동을 하다보니 맏형인 나로서는 나태한 마음을 품을 수가 없었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한 발 더 뛰어다닌 게 약이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현일은 "은퇴한 내가 잘해서 우승한 것 같지는 않다. 실업팀은 대표팀과 달라서 선수들 스스로 프로의식을 가지고 절박한 심정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 나와 선배들은 다 그랬다. 한데 요즘 후배들은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며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내친 김에 올시즌 마지막 대회인 회장기대회까지 3관왕을 하고 싶다"는 이현일은 "대표팀 은퇴했다고 선수인생 끝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면 나이와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올림픽 도전정신의 상징이었던 이현일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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