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탁구대표끼리 결혼하는 건 우리가 처음인 것 같은데요."
국가대표 핑퐁 커플이 탄생한다. 1986년생 동갑내기 탁구선수 조언래(27·에쓰오일)와 이은희(27·단양군청)가 29일 웨딩마치를 울린다. '씩씩한 상남자' 조언래, '단아한 천생여자' 이은희, 한눈에 잘 어울리는 이 커플의 치열했던 5년 연애가 마침내 달콤한 결실을 맺는다.
5년 핑퐁 연애의 역사
"사귄 지는 5년째, 알고지낸 지는 엄청 오래 됐죠." 첫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녀 청소년대표로 발탁됐던 2003년 무렵이다. 나이는 같지만, 학년은 1월생인 이은희가 하나위였다. 풋풋한 고등학교 시절 탁구선수로서의 꿈과 고민을 나누며 애틋한 정이 싹텄다. 연락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한학년 위인 은희가 실업팀에 먼저 가면서 연락이 끊어져버렸어요, 운동에 대한 욕심이 워낙 크다보니까 휴대폰을 없애버렸더라고요." 첫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유망주로 분류됐던 이은희는 단양군청 입단 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사라예보의 레전드' 정현숙 단양군청 총감독과 박창익 감독의 애정어린 지도속에 실업랭킹 1위에 올랐다. 여자 펜홀더의 계보를 이을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단아한 외모처럼 탁구스타일도 야무지다. 사랑도, 친구도 잊은 채 오로지 탁구에만 몰입했다.
태릉선수촌, 경기장에서 수시로 마주쳤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았다. 길이 엇갈렸던 이들은 6년만에 재회했다. 2009년 조언래가 상무에서 힘들어하던 시절, 여전히 자신의 얘기에 귀를 활짝 열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은희는 최고의 조력자였다. 만남이 다시 시작됐다. 운명이었다. 1년 넘게 비밀연애를 이어갔다. 사랑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농심 시절 조언래를 키워낸 유남규 감독이었다. "너 요즘 누구 만나는 것 같더라."
연애사실이 공개된 후 책임감은 더 커졌다. 날마다 태릉선수촌 탁구장에서 함께 뜨거운 땀을 흘렸다. 저녁마다 선수촌 트랙을 나란히 걸으며 꿈을 나눴다. "우리는 긍정적이에요. 만나면 늘 재밌어요. 정말 잘 맞아요. 화나는 일 있으면 서로 풀어주려고 애써요. 4년 넘게 만나면서 싸운 기억이 없어요."
'사라예보 레전드' 정현숙 전무의 사위사랑
파리세계선수권 현장에서 '이은희의 스승'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예비사위' 조언래를 열렬히 응원했다. "언래 파이팅!" 정 전무의 강단있는 목소리가 파리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세계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주장'이자 '맏형'이었던 조언래는 남자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본 타쿠와의 64강에서 조언래가 4대3 역전승을 거둔 직후 "장모님의 응원 덕분"이라는 농담이 파다하게 퍼졌다.
조언래는 프랑스, 체코 등 유럽리그에서 오래 뛰었다. 유쾌하고 털털한 성격 덕분에 외국친구들도 많다. 박영숙 양하은 등 대표팀 여자후배들도 고민이 있을 때면 맘좋은 '언래오빠'를 찾는다. 요즘 가는 곳마다 축하인사를 받느라 바쁘다. 예쁜 이은희는 외국선수들 사이에 인기 높다. 세계랭킹 1위 중국 에이스 마롱은 조언래에게 "어떻게 은희랑 사귀게 됐냐"고 묻더니, 엄지를 번쩍 치켜올리더란다.
결혼날짜를 잡은 후 조언래는 힘을 냈다.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 등 걸출한 선배, 이상수 서현덕 정영식 김민석 등 똑똑한 후배들 사이에 '낀 세대' 조언래는 이를 악물었다. 7㎏ 독한 감량에 성공했다. 날렵해지고 강해졌다. 올해 파리세계선수권, 부산아시아선수권에 잇달아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 남자선수로는 유일하게 16강까지 올랐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니까요. 응원하는 가족들도 두배가 됐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 조언래와 이은희는 결혼후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신혼집은 신부의 팀이 있는 단양도, 신랑의 팀이 있는 인천도 아닌, 처가가 있는 대구다. 주중에는 운동에 전념하고, 주말에 대구에서 만난다. 인천아시안게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사상 첫 '부부 태극마크'를 꿈꾸고 있다.
국가대표 핑퐁 커플은 29일 오후 1시 대구 달서구 본동 파라다이스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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