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이하 한국시각) 바르셀로나 주도(州都)인 스페인 북동부 자치주 카탈루냐주(州)에서 남북으로 400㎞를 가로지르는 '인간 사슬' 시위가 벌어졌다. 카탈루냐 주민 40만명이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만든 퍼포먼스였다. 이들 시위대는 일제히 '독립'을 외치며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노랗고 붉은색의 깃발을 흔들었다. 시위대는 카탈루냐가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했던 1714년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일부러 시각도 17시 14분을 택했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내년 카탈루냐 항복 300년을 맞아 카탈루냐주의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정부에서 제동에 나섰다. 15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요청을 거부하는 서면 답변을 카탈루냐 주정부에 보냈다. 라호이 총리는 "우리(스페인과 카탈루냐)를 묶어주는 끈은 너무나 특별하다. 이 끈이 끊어질 경우 막대한 경제, 사회, 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카탈루냐는 중세 시대부터 백작령으로 광범위한 자치를 누렸다. 하지만 15세기 말 스페인 왕국이 통일된 이후 자치적 지위를 서서히 잃었고, 왕위 계승 전쟁에서 펠리페 5세의 반대편에 섰다가 1714년 패한 뒤 완전히 복속됐다. 하지만 지금도 카탈루냐어가 스페인어와 함께 쓰이고 독립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탄탄한 상공업과 관광 산업을 앞세운 카탈루냐인들은 자존심이 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바르셀로나로 대변되는 축구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엘 클라시코'라고 불린다. 1936년 프랑코 장군의 쿠데타 이후 스페인 내전이 2년간 지속됐다. 프랑코 장군은 레알 마드리드의 열성 팬이었다. 이후 이어진 독재 속에서 카탈루냐의 저항정신이 발산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축구였다. 113년만에 처음으로 유니폼에 상업 로고를 새겼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카탈루냐인들의 긍지는 대단하다.
지금이야 스페인 대표팀 일원으로 녹아들며 유로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까지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했지만, 이전까지 카탈루냐 출신 선수들은 스페인 대표팀을 진짜 대표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탈루냐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카탈루냐 대표팀을 우선시 하기도 했다. 카탈루냐 대표팀은 1912년 프랑스와의 경기로 첫발을 뗐다. 1920년대까지는 국제대회에도 참가했다. 그러나 독립 국가가 가입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의 회원국이 되지 못해, 주요 대회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친선경기를 이어가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비 카탈루냐인이지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카탈루냐 지역 클럽의 스타급 선수들이 객원멤버로 참여하기도 한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재밌는 상상 하나. 만약 카탈루냐가 독립이 될 경우, 세계 축구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카탈루냐 지역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바르셀로나와 에스파뇰 등의 선수들이 주를 이룰 것이다. 지난 1월 나이지리아와 친선경기를 치뤘던 카탈루냐 대표팀 명단을 살펴보자. 카를레스 푸욜, 호르디 알바, 헤라르드 피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바르셀로나의 핵심 멤버들이 모두 포진해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빅토르 발데스도 포함될 수 있다. 여기에 에스파뇰의 세르히오 가르시아, 후안 캅데비야 등도 있다. 감독은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를 완성한 '네덜란드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다. 당장 월드컵 본선에 나가도 8강 이상을 할 수 있는 전력이다. 상대적으로 '세계 최강' 스페인 대표팀은 전력약화가 불가피해진다. 푸욜, 알바, 피케, 사비, 부스케츠, 파브레가스 등은 스페인 전력의 50%를 넘게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만약이기는 하지만 카탈루냐의 독립은 세계 축구계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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