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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와 정대세의 두 번째 이야기, 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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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가 4월 14일 올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전반 39분 경고 2회로 퇴장당하자 차두리가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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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는 남과 북이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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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다. 축구란 공통분모로 금세 친해졌다. 독일에서 형제 못지 않은 정을 나눴다. 길이 다른 듯 했지만 올해 약속이라도 한 듯 K-리그 무대에 나란히 섰다. 극과 극의 운명으로 엇갈렸다. K-리그 최대 라이벌이자 앙숙이 됐다.

차두리(33)는 '검붉은 서울', 정대세(29)는 '푸른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3년 4월 14일, 둘다 축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됐다. 올시즌 첫 슈퍼매치였다. 11년 만에 귀향한 차두리가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정대세는 긴장도가 극에 달하는 슈퍼매치와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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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넘치는 둘의 대결로 화제의 꽃이 만발했다. 그러나 첫 판은 다소 싱거웠다. 정대세가 사고를 쳤다. 전반 14분에 이어 전반 39분 잇따라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차두리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대세에게 (퇴장 장면에 대해) 뭐한 것인지 물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대세가 퇴장당한 것은 사실 웃겼다.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1대1이었다. 서울은 슈퍼매치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무승 행진이 9경기(2무7패)로 늘어났다. 차두리에게는 이색 경험이었다. 수원의 안방,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터졌다.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 아버지(차범근 감독)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 있다가 유럽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편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다." 억울해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8월 3일, 서울의 홈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는 반쪽이었다. 정대세가 없었다. 부상 중이었다. 반면 차두리는 또 다시 90분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서울의 환희였다. 지긋지긋한 슈퍼매치 악몽에서 탈출하며 2대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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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가 부상에서 돌아왔다. 차두리는 그 때와는 또 달라졌다. 국내 무대에 적응을 마쳤다. 3일(한국식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에스테그랄과의 4강 2차전이 현주소였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33분이었다. 공격수 출신의 그는 과감하게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을 돌파했다. 수비수를 앞세우고 '헛다리 짚기'로 속여 골문을 향해 전진하는 순간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차두리가 연출한 마침표였다. 김진규가 골로 연결하며, 서울은 마침내 ACL 결승에 올랐다.

슈퍼매치, 그 날이 다시 밝았다. 한글날인 9일 오후 1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차두리와 정대세의 두 번째 대결 무대가 열린다. 차두리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자신이 뛴 두 차례의 슈퍼매치에서 1승1무다. 기분좋은 징크스를 이어갈 각오다. 반면 정대세는 날을 세웠다. 찢겨진 자존심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 '형'을 향해 도발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 온 뒤 두리 형과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밥 먹을 때마다 약속 당일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 오늘은 안되겠다'고 하더라. 슈퍼매치에서 대결하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번에는 꼭 두리 형을 혼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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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는 올초 입단 기자회견에서 정대세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사실 대세를 잡으러 서울로 오게 됐다"며 웃었다. 정대세가 한 행사장에서 "내가 문자 했는데 왜 답장을 안하냐"고 묻자 차두리는 "서울이 수원을 이길 때까지 계속 답장 안 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그라운드에 백지가 놓여졌다. 휘슬이 울리면 둘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진다. 차두리와 정대세, 이번에는 과연 누가 웃을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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