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15일. LG 김기태 감독은 야간 훈련이 끝난 뒤 숙소에서 일찍 잠들었다. 하지만 숙면을 취하지는 못했다.
밝은 표정으로 16일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 나온 김기태 감독은 "9시 뉴스를 보다 그냥 잠이 든 것 같다. 그런데 2시 반에 눈이 떠지더라. 그 이후에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다시 잠을 자지 못했다"고 긴 밤이었음을 설명했다. 선수 시절 팀의 중심이자 리더로 산전수전 다 겪은 김기태 감독. 지도자로 맞은 플레이오프는 남달랐다. "설레임이 있고 기대가 됩니다"고 말했다. '기대를 긴장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김 감독은 "아닙니다. 기대입니다. 기대"라며 웃었다.
잠이 깬 이른 새벽.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 중 하나는 2번 타자에 대한 선택 문제였다. 고심 끝 김 감독의 선택은 작은 이병규였다. '공격 앞으로'를 선택한 셈. 이병규는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2번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임팩트가 좋고 한방이 있다. 투수전이 예상될 경우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문선재나 김용의를 2번에 쓴다. 찬스에서 작전보다 강공으로 강하게 밀어부치겠다는 포석. 김기태 감독은 '무사에 톱타자가 출루하면 번트를 대겠느냐'는 질문에 "(번트) 댈거면 다른 선수를 내지 않았겠느냐"고 말해 적극적인 강공 야구를 펼칠 뜻임을 암시했다.
상황은 1회부터 찾아왔다. 0-2로 뒤진 1회말. 톱타자 박용택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벤치는 지체 없이 강공을 지시했다. 2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결과는 대성공. 이병규는 초구부터 두산 선발 노경은의 143㎞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를 주저 없이 밀어 왼쪽 담장을 넘겼다. 초반 기싸움에서 밀릴 뻔 했던 흐름에 균형을 맞춰준 천금같은 한방. 1회초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2점을 빼앗긴 LG로선 긴장되는 경기에서 자칫 끌려갈 수 있었다. 밤잠을 설쳐가며 고심 끝에 내린 작은 이병규의 2번 카드, 김기태 감독이 빼든 '신의 한수'였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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