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긋지긋하도록 못쳤다. 시원하게 한방 치고 싶다."
두산의 캡틴, 홍성흔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밝힌 각오다. 이는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삼성 오승환과의 대결에 관한 각오였다. 지금까지 계속 오승환에게 당했는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홍성흔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홍성흔이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대상은 오승환 하나만은 아니다. 삼성의 모든 투수를 상대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그래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홍성흔이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공격력을 보여줘야 한다.
홍성흔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야구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다. 그가 속해 있는 팀은 최소한 '팀워크'에 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홍성흔을 중심으로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올해 친정팀인 두산에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홍성흔은 친정팀에 복귀하자마자 주장으로 선임돼 두산 덕아웃을 하나로 만들었다.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홍성흔의 리더십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와 LG를 상대로 한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승리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덕아웃의 끈끈한 응집력이었다. 두산 선수들은 지고 있더라도 기가 죽지 않았다. '뒤집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캡틴' 홍성흔이다.
여기까지 보면 홍성흔은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팀 리더'로서의 부분만이다. '중심타자'로서의 홍성흔은 플레이오프에서 매우 부진했다. 전혀 자신의 역할을 못했다고까지 평가할 수 있다.
홍성흔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에 나와 9타수 1안타 4삼진을 기록했다. 1안타도 운이 따른 덕분에 만들어진 내야 안타였다. 플레이오프 타율은 1할1푼1리.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인 '홍성흔'의 이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심지어 두산이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던 4차전에는 컨디션 난조로 출전조차 못했다.
홍성흔 본인도 이같은 플레이오프의 부진에 대해 무척 괴로워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때 하필 몸상태가 최악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주장으로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홍성흔은 책임감이 강하다. 그만큼 스스로의 부진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고 있다.
결국은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홍성흔이 두산에서 해야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팀 리더'로서 덕아웃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심타자로서 공격력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이 두 가지 미션을 50%만 소화했다. 리더로서는 완벽했지만, 타자로서는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이런 50% 활약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최종 무대이기 때문이다. 홍성흔에게는 다소 가혹한 주문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리더십 뿐만 아니라 배팅으로도 이름값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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