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장의 무기, '폭탄'은 결국 터지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노리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정규시즌 우승 후 3주의 여유를 얻은 류 감독은 가상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를 정해놓고 다양한 팀 운용 방안을 구상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맞춤형 전략. 특히 그 중심에는 '폭탄 타순'이 있었다.
'폭탄 타순'이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이 6번 타자로 나서는 것을 뜻한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이승엽을 3-4-5번 클린업 트리오의 뒤에 넣는 방안을 구상했다"면서 "이승엽은 4번같은 6번타자 역할을 할 것이다. 그 '폭탄 타순'이 터지면 팀 공격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류 감독은 박석민(3번)-최형우(4번)-채태인(5번)을 투입하고, 이승엽을 6번에 배치했다. 경기 전까지 류 감독은 이 타순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류 감독이 애써 마련한 이 '폭탄 타순'은 알고보니 '불발탄'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두산 선발 노경은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빠른 직구와 포크볼에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다. 1-3으로 역전당한 2회말 1사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5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회말에도 2사후 두 번째 타석에 나왔는데, 결과는 2회때와 마찬가지였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포크볼에 또다시 헛스윙 삼진.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의 체면이 크게 상하는 순간이다.
그나마 1-7로 점수차가 벌어진 7회말에 등장한 세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치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헛스윙 삼진을 당한 탓인지 이승엽의 표정을 밝지 못했다. 마지막 9회말에는 바뀐 윤명준을 상대로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류 감독이 비장의 카드로 마련한 '폭탄 타순'은 이렇게 끝내 불발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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