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완 이재우(33)는 2000년대 후반 팀의 중심투수였다. 2005년 28홀드로 홀드왕을 차지했다. 2008년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11승3패2세이브17홀드를 기록했다. 이재우는 당시 140㎞후반의 빠른 볼을 던졌다. 또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그랬던 이재우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오른 팔꿈치 인대가 말썽을 부렸다. 2010년 8월 첫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1년의 기다림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2011년 7월, 다시 수술했던 바로 그곳에 통증이 왔다. 재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간 바닥을 헤맸다. 총 5경기에 등판, 1승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이재우의 부활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하지만 이재우는 2013시즌 마운드로 돌아왔다. 중간 불펜과 선발을 오갔다. 이재우는 예전 처럼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 제구가 흔들렸다. 그러면서도 시즌 말미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정규시즌 5승2패. 평균자책점 4.73.
그런 이재우가 2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호투했다.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안타 3볼넷 8탈삼진으로 무실점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6회초부터 마운드를 핸킨스에게 넘겼다.
삼성 타자들은 이재우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재우는 고질적으로 제구가 문제다. 멀쩡하게 던지다가다도 이닝 중간에 갑자기 흔들리는 단점을 갖고 있다. 잘 던지다가도 스스로 볼을 남발해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삼진을 잡아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재우의 제구가 춤을 춘다고 말한다.
상대하는 타자 측면에서 보면 이런 투수가 힘들 때가 있다. 삼성 선두 타자 배영섭은 "제구가 들쭉날쭉하는 투수를 상대할 때 대처하기 어렵다"면서 "스리볼에서 안 치고 기다리다 보면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꽂힌다. 차라리 제구가 되는 선수라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재우는 3회초 최대 고비를 맞았지만 위기를 모면했다.투 아웃을 잡고 김태완을 볼넷으로 내주면서 흔들렸다. 선두 타자 정병곤을 삼진, 배영섭을 1루 땅볼로 잡았다. 이재우는 김태완을 볼넷으로 출루시킨게 화근이 됐다. 채태인에게 좌전 안타 그리고 다시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가 됐다. 박석민과의 승부에서도 제구가 흔들렸다. 하지만 박석민은 이재우의 볼에 손을 대다 카운트가 불리해졌다. 이재우는 결정구로 몸쪽 높은 직구를 꽂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삼성 타자들이 결과적으로 이재우를 도와주었다. 이재우는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총 투구수 85개 중 스트라이커가 50개, 볼이 35개였다. 볼의 비율이 약간 높았다. 삼성 타자들을 너무 서둘렀다. 이재우의 볼에 자꾸 방망이를 냈다. 제구가 좋지 못한 이재우를 무너트리기 위해 스트라이존을 좁게 잡고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삼성 타자들은 덤볐다.
삼성 타자들이 도와주자 이재우의 흔들리던 제구가 안정을 찾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재우는 4회와 5회 3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특히 5회 정병곤 배영섭 김태완을 직구와 포크볼로 돌려세운 건 압권이었다. 배영섭은 스리볼 뒤 삼진을 당했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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