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의 아픔이 다시 떠오르네요."
LG 캡틴 이병규(9번)는 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MVP, 최우수신인선수 및 각 부문별 시상식이 너무도 즐거웠다. 평소 경기장에서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수상소감 중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여유를 보이고, 꽃다발 선물까지 안겼다. 즐거워 보였다.
이병규는 2005년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해 시상식에 참여한 후, 8년 만에 다시 상을 받게 됐다. 일본 진출에 한국 복귀 후에도 타이틀을 따내지 못해 별들의 잔치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올시즌 불혹의 타격왕이 되며 다시 한 번 영광스러운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으랴.
시상식 후 만난 이병규는 오랜만에 상을 받게 된 소감에 대해 "상은 노력의 대가"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상에 대한 욕심, 연말 있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이어질까. 이병규라면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 올시즌 3할4푼8리의 타율로 타격왕 자리에 오른데다 소속팀 LG가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데 일등공신이 됐기 때문. 또, 타 팀 외야수 중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는 것도 호재다. 성적만 놓고 보면 이병규 외에 손아섭(롯데), 최형우(삼성), 박용택 이진영(LG) 정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이병규에게 아픔의 존재다. 오죽하면 골든글러브 얘기가 나오자 "장갑의 아픔이 다시 떠오른다"며 허탈하게 웃고 만 이병규다. 무슨 사연일까.
상황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 시즌을 마친 후 어김없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병규는 2011 시즌 타율 3할3푼8리 16홈런 75타점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팀이 4강에 들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 복귀한지 두 시즌 만에 전성기 시절 모습을 재현해냈기에 의미가 있었다. 성적만 놓고보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기에 이병규는 당시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아내, 아들, 부모님 등 가족들을 총출동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웬일. 날벼락이 떨어졌다.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3명의 이름 안에 이병규가 없었다. 2011 시즌은 그야말로 외야수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뛰어난 선수들이 워낙 많다보니 투표 결과 이병규가 뒤처지고 말았다. 1위는 삼성 최형우(286표), 2위 롯데 손아섭(157표), 3위 KIA 이용규(150표)였다. 이병규는 102표 획득에 머물러 5위에 그치고 말았다. 상을 탈 것을 예감하고 온가족을 불렀는데 본인은 얼마나 민망했을까.
이병규는 그 때의 아픔이 떠올랐는지 "올시즌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참석 자체를 놓고 고민해봐야겠다"는 농담을 했다. 그러다 이내 "아니다. 혹시 모르니 가족들은 안부르고 나 혼자 참석해야겠다"고 말하며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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