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없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강등팀은 강원이었다. 강원은 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상주와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그러나 지난 4일 상주종합운동장에서 가진 1차전에서 1대4로 대패한 강원은 종합전적에서 1승1패(2대4)로 균형을 맞췄지만, 두 골이 모자라 결국 상주에 승격권을 넘겨줬다다.
기적을 쓸 뻔했다. 강원의 막판 선전은 눈부셨다.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던 지난 8월 김학범 감독이 경질될 때만 해도 조기강등의 수모를 당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용갑 감독 체제로 전환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12위 자리까지 올라왔다. 최승인 이우혁 김윤호 등 전임 감독 체제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투혼이 스플릿 행보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쓸데없는 논란을 부추겼다. 백종환 논란은 자충수였다. 상주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대4로 대패한 뒤 백종환의 상주 임대 신분을 걸고 넘어졌다. 강원 측은 상주전을 하루 앞두고 있던 3일 한국프로연맹에 백종환의 출전 가능여부를 문의했다. 백종환이 출전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수 차례 확인을 거쳤다. 그러나 1차전을 마친 뒤부터 본격적으로 문제를 공론화 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1차전을 전후해 백종환의 신분 문제를 물고 늘어진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는게 축구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부정선수 논란은 강원의 아름다운 도전에 재를 뿌린 격이 됐다. 강원 측은 프로연맹과의 시시비비를 가려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양산을 간과한 책임없는 생각일 뿐이다. 자칫 축구계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승부의 세계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강원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기적을 만들 준비다. 내년부터 시작될 챌린지(2부리그) 행보를 통해 2009년 창단 뒤 앞만 보고 달렸던 과거를 정비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 한다. 강원 이사회는 오는 16일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킨다. 강등으로 인해 예산 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용갑 감독 및 자유계약(FA)신분 선수와의 계약이 올스톱되어 있다. 새 출발을 위해선 승격의 토대가 될 예산을 지키고, 어지러운 주변 여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스플릿 그룹B에서 보인 투혼과 기적을 내년에도 이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재강등 되지 않는 팀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챌린지 강원'의 미래는 밝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패스축구에 다시 눈을 뜨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김오규 김봉진 이우혁 최승인 등 새로운 희망들을 발굴했다. 2015년에는 다시 클래식에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이유다. 강등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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