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머리 길러 야구공 던졌던 이상훈입니다."
LG의 올드팬들이라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전설의 투수 '야생마' 이상훈. 오랜 시간 야인생활을 하다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 코치로 야구계에 복귀해 팬들을 설레게 했던 이상훈이 정말 오랜만에 야구인들의 잔치에 초청을 받아 시상식 복귀전(?)을 치렀다.
이상훈은 9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3 일구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단상에 올랐다. 일구회 선배들은 선수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2009년부터 게임 업체들과 홀로 싸워온 이상훈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이번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고양원더스에서 어려움에 처한 후배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있는 점에도 점수를 줬다.
1993년 데뷔, 선발과 마무리 자리를 가리지 않고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잠실 마운드를 호령했던 LG 역사상 최고의 투수. 2003년 30세이브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연말 시상식은 이상훈이 마음 먹은대로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2004년 SK 소속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 이후 그렇게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그랬던 그가 뜻깊은 수상자로 선정돼 야구계 선후배들과 팬들 앞에서 오랜만에 인사를 할 수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이던 긴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현역 시절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어디 가지 않았다.
수상대에 오른 이상훈은 "옛날 머리 길러 야구공 던졌단 이상훈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시상식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상훈은 "오랜만에 이렇게 시상식장에 와서 있어보니 긴장이 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여러 선배님들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는데, 미처 인사 드리지 못한 선배님들께는 양해의 말씀 드린다"면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선배님들게서 이렇게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상훈은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제주도에서 훈련을 해야해 다시 제주도로 가야한다. 몸 건강히, 정신 건강히 생활하며 야구에 전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 멘트가 '야생마' 이상훈 다웠다. 시상식장을 찾은 야구 관계자들을 향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십쇼.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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