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골프 투어가 끝났다. 남자 투어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일찌감치 마감했다. 여자 투어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013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만과 중국에서 2014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올 한해 대회는 지난주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4개월 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올 한 해 골프 시장은 뜨거웠다. 특히 여자 골프의 경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박인비가 6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국내 투어에선 1인 독주가 아닌 춘추전국 시대를 열며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팬들은 즐거웠다. 남자 골프는 아직 여자 골프의 인기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부활의 날개를 힘껏 펼쳤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다양해 졌다. 많은 기업중에서도 금융사들의 후원이 가장 활발했다. 이들 금융사 스폰서들의 2013 성적표는 어땠을까.
박인비 잡은 KB금융 '쾌청'
올해 가장 큰 웃음을 지은 곳은 KB금융그룹이다. 박인비를 후원한 KB금융그룹은 더 바랄 게 없는 시즌이었다. 박인비는 LPGA투어에서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을 이끄는 등 시즌 6승을 올린 데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과 2연속 상금왕까지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1위도 질주하고 있다. 박인비는 올해초까지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지난 5월 마침내 KB금융그룹은 박인비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양용은, 양희영, 한희원, 정재은, 안송이 등을 후원하면서 '골프마케팅'에 나섰던 KB금융그룹은 박인비를 잡으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KB금융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박인비의 모자와 티셔츠에 부착돼 노출되는 'KB금융' 로고로 인해 최소한 수백억원의 광고 효과를 얻었다. 이 관계자는 "박인비 선수가 계약 이후에도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외 주요 방송과 지면, 온라인 기사의 시청률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홍보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인비 뿐만이 아니다. KB금융 소속의 양희영은 지난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첫 승까지 올리며 지난 3년간의 후원에 보답했다. 양희영은 경쟁사인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KB금융 로고를 휘날려 스폰서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무명 김세영 투자한 미래에셋 '대박'
미래에셋은 올해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세영 덕에 대박이 났다.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세영은 첫 대회인 롯데마트여자오픈과 최다 상금액을 자랑하는 한화금융클래식,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 등 주목도가 높은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미래에셋은 진정한 투자가 어떤 것인지를 골프 마케팅을 통해 보여줬다. 이밖에도 수년전부터 후원하는 신지애가 LPGA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징크스에 발목잡힌 하나금융 '씁쓸'
하나금융그룹은 골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후원 선수들도 국내 선수 뿐만 아니라 외국 선수들도 후원한다. '글로벌' 금융 회사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아울러 국내 유일의 LPGA 투어 대회도 매년 알차게 준비한다. 하지만 올해 선수 마케팅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금융은 올시즌을 앞두고 유소연과 계약했다. 지난해까지 한화 소속이었던 유소연이 시장에 나오자 '거금'을 투자해 계약했다. 그런데 유소연은 올해 무관에 그쳤다. 게다가 우승 문턱에서 여러번 기회를 놓쳐 '2위 징크스'까지 생겼다. 다행히 박희영이 지난 7월 열린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해 체면치레는 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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