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실수에 메달 시나리오도 어긋났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선, 작전대로 됐다. 1m73의 신다운(21·서울시청)이 맨앞으로 나섰다. 그 뒤는 1m82의 이한빈(26·성남시청)이 지켰다. 이한빈 덕분에 다른 선수들이 헤집고 들어올 틈새는 없었다. 이대로면 둘 다 결선 진출이었다. 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3반퀴 반이 남았다. 그러나 그 순간 신다운이 넘어졌다. 얼음이 패인 곳에 스케이트 날이 걸렸다. 도미노였다. 신다운이 넘어진 후 그 뒤를 달리던 이한빈이 신다운의 팔에 걸리며 함께 뒹굴었다. 전략 종목으로 준비한 1500m였다. 메달 꿈은 사실상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한빈은 정상 플레이중 신다운의 방해로 넘어진 것으로 판단, '어드밴스'룰을 적용받았다. 결선에 올랐지만 후유증이 컸다. 6명의 선수보다 한 걸음 뒤에서 출발해야 해 초반 자리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넘어지면서 스케이트 날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는 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아픔은 있었다. 이한빈은 "날에 문제가 있었지만, 자신있게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부상, 소속팀 해체 등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보낸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올림픽, 첫 출전 종목은 쓴잔이었다. 그래도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상남자'였다. 후배를 먼저 위로했다. 준결선 후 고개를 숙인 신다운에게 등을 토닥거리며 "괜찮다"고 했다.
이한빈은 "신다운이 여린 성격이라 정신적으로 무너질까 봐 격려해 줬다. 아직 다른 경기가 남아 있고 계주 경기도 있기 때문에 좌절하면 안 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나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 1000m, 500m, 5000m 계주가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이한빈은 남은 경기에서 이날의 아쉬움을 털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처음 올림픽 결승에 나섰고, 안현수 형과 맞붙는 등 좋은 경험을 했다. 나름대로 경험이 쌓였다고 좋게 생각하겠다. 경기장의 분위기와 다른 선수들이 경기하는 흐름도 파악한 만큼 다음 종목인 1000m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등 최근 두 차례 올림픽에서 여자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잦은 실수와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처럼 노메달의 수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쇼트트랙대표팀은 11일 훈련을 재개했다. 기둥 역할은 이한빈의 몫이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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