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후 이상화(25·서울시청)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무덤덤하다"였다.
하지만 무덤덤하지 않았다. 그녀는 1차 레이스를 1위로 끝낸 후부터 눈물이 났다고 했다.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그동안을 달려온 것으로 되돌아보면 짠해진다. 끝나고 보면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 실감난다"며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눈물 속에는 4년 간의 피와 땀이 녹아 있었다.
이변은 없었다. 이상화의 날이었다. 그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1·2차 합계, 74초70, 올림픽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우승할 때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74초75)을 12년 만에 0.05초 앞당기며 시상대 위에 우뚝 섰다..
적수는 없었다. 1차 레이스에서 18개조 가운데 마지막 조에 출발한 이상화는 37초4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였다. 2위인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보다 0.15초 빨랐다. 2차 레이스에선 중국 왕베이싱과 함께 다시 마지막 조에 포진했다. 그는 37초28로 끊어 소치의 여왕에 등극했다. 37초28도 올림픽신기록이다. 르메이돈의 37초30을 허물었다. 0.02초 앞당겼다. 1, 2차 레이스에서 두 개의 올림픽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는 "사실 느낌이 별로 안 좋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좋다고 하더라. 1차 레이스 조편성 후 약한 상대와 레이스를 하게 돼 걱정을 했다. 더 좋은 편성이 나왔으면 기록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금메달 딸 줄 몰랐다. 다른 선수들의 1차 레이스 기록이 좋았다. 그래서 2차에선 나만의 레이스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레이스가 끝난 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신기록을 깬지 몰랐다"며 밝게 웃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500m를 첫 제패한 이후 쉼없이 달려왔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꾸준히 열심히 했다. 올림픽 메달 이후 원동력이 컸다. 긴장감과 압박을 연습과 경기로 이겨냈다"며 기뻐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후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는 이상화는 13일 1000m에 출전한다. 주력 종목이 아니다. 그는 "메달 도전보다 그냥 도전하는 입장이다. 즐기면서 하고싶다"며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차기 대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이상화는 과연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까. 말을 아꼈다. "아직 먼 시간이다. 올림픽 후 거취를 생각할 예정이다."
이상화의 날이었다. 그녀의 눈물, 대한민국의 환희였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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