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 스키점프 대표팀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7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42세의 '노장' 가사이 노리아키와 병마와 부상을 딛고 올림픽에 출전한 다케우치 다쿠(27), 이토 다이키(29)가 일본에 값진 동메달을 선사했다.
일본 스키점프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의 루스키 고르키 점핑센터에서 열린 스키점프 남자 라지힐(K-125) 단체전에서 1024.9점을 얻으며 세계 3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3연패에 도전하던 오스트리아(1038.4점)의 아성을 무너뜨린 독일(1041.1점)이 차지했다.
'인간 승리' 드라마는 가사이 노리아키가 먼저 썼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 소치까지 7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러시아의 루지스타 알베르트 뎀첸코(43)와 함께 동계올림픽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갖게 된 가사이는 그동안 6차례 도전에서 한 개의 메달 획득에 그쳤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라지힐 단체전에서 따낸 은메달이 유일했다. 그러나 끝없는 도전 끝에 감격스런 2,3번째 메달을 소치에서 획득했다. 그는 남자 라지힐에서 277.4점을 획득해 20년만에 은메달을 따내며 '노장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이어 단체전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동메달까지 획득, '멀티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다케우치 다쿠는 가사이의 '무한도전'만큼 위대한 도전을 펼쳤다. 다케우치는 1월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도중 천식 증세가 심해져 일본으로 중도 귀국했다. 며칠 쉬면 나을 줄 알았던 그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밀 검진 결과 처그 스트라우스 중후군으로 밝혀졌다. 이 병은 육아종성 혈관염이 여러 장기에 침범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자기면역질환 중 하나다.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다케우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체중이 많이 빠지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가족의 응원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여기에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이토 다이키마저 강한 정신력으로 통증을 참고 소치로 향했다.
결국 나이와 병마를 잊고 위대한 도전을 펼친 가사이와 다케우치, 다이키의 활약에 일본 스키점프 대표팀은 소치올림픽 시상대까지 설 수 있게 됐다. 동메달을 따낸 다케우치는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내가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진을 크게 뽑아오셨다. 그 사진을 다시 보면서 메달에 대한 욕망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체중이 많이 빠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예전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라면서도 "가족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에 소치까지 올수 있었다. 팀 선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가사이도 진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다쿠를 생각하면 목이 메고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꼭 그에게 메달을 안겨주고 싶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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