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축구선수들은 자신의 배번에 의미를 부여한다. 가령, 스트라이커의 경우 목표로 세운 득점수 만큼 배번을 정한다. 새 기록을 앞둔 선수들은 기록과 겹치는 배번을 달고 한시즌을 보내기도 한다.
2014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4강을 노리는 FC안양이 3일 선수단 배번을 발표했다. 이 배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스토리가 숨어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배번은 '90번'이다. 우측 풀백을 소화하는 신인 선수가 달았다. 주인공은 이번 시즌 홍익대를 졸업하고 자유선발로 안양 유니폼을 입은 구대영이다. 배번과 이름이 같다. 구대영은 프로 데뷔시즌에 의미있는 번호를 달고 싶었다. 대학 시절 달던 배번(12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양 서포터스를 위해서였다. 안양은 지난시즌 62만 시민들을 열 두 번째 선수로 지정, 12번을 결번으로 처리해놓았다. 고심 끝에 구대영은 본인의 이름과 가장 어울리는 90번을 택했다.
23번에는 '훈훈함'이 녹아있다. 지난시즌 23번을 단 선수는 공격수 조성준이었다. 그는 입단 테스를 통해 프로 선수가 됐다. '테스트생 신화'를 달성했다. 주전멤버로 활약, 24경기에 출전해 4골-2도움을 기록했다. 23번은 안양에서 가장 성공한 배번으로 평가받았다. 조성준에게 23번은 행운의 번호가 됐다. 그러나 올시즌 과감히 포기했다. 1990년생 동갑인 벗을 위해서였다. 수원 삼성에서 1년 간 임대된 조철인에게 물려줬다. 조철인은 조성준의 땀과 희생이 묻어있는 배번의 기를 받아 자신도 축구인생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조성준은 23번 대신 11번을 찍었다. 11번은 통상 가장 빠른 공격수를 상징하는 배번이다. 지난해 성공을 발판으로 올시즌도 빠르게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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